[오늘과내일] 한글의 사용과 보급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한글의 사용과 보급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2-04-17 09:1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학장
백낙천 교수
훈민정음 창제는 우리말을 전면적으로 우리 문자로 적을 수 있게 된 역사적 사건이었으며, 『훈민정음(해례본)』은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체계를 기술한 문자 해설서이자 규범서로서의 위상을 가진다. 훈민정음은 모든 백성을 위한 문자였으며 문자 학습과 전파는 왕실에서 시작되어 사대부는 물론이고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였다. 물론 훈민정음이 전국의 모든 백성에게 전파되고 그중에서도 여성의 문자 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배우기 쉬운 편의성을 갖춘 새 문자의 직접적 수혜자는 여성과 하급 관리였으며 점차 일반 백성으로 확대되었다.

가령, 훈민정음이 보급되고 교육이 이루어진 정황은 하급 관리의 선발 시험에 훈민정음을 포함했던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실록』 기록을 보면 하급 관리 선발 시험에서 훈민정음에 대한 지식은 기본 과목이자 선발 기준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당시에 훈민정음의 원리를 이해하고 문자의 운용을 아는 것이 관리자의 필수 덕목이었음을 방증한다. 더욱이 선조 임금은 피난길에 의병 참여를 권하면서 황해도에 내린 교서 전체를 한글로만 썼는데, 이를 통해 한글이 왕실 내에서 사용되고 보급된 정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사대부들도 한글을 잘 알고 있었으며, 백성들도 한글로 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당시의 사대부들이 한문을 숭상했다고 해서 한글을 전혀 향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어서, 한자 학습서인 『천자문』이나 『유합』을 공부하려면 한글을 먼저 익혀야 했던 것처럼 당시 사대부들은 경서 공부와 독서를 위해서 한글로 풀어쓴 언해서를 필요로 하였으니 사대부들은 사서 『맹자』를 공부하기 위해서 『맹자언해』가 필요했으며, 두보의 시를 읽기 위해 『두시언해』를 가까이 두었을 정도로 언해서를 학습 교재로 삼았다.

한편, 조선후기인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는 시대를 선도한 실학자들은 한자음에 대한 고증학적 연구를 시도했으며, 전통 중국 성운학 차원에서 훈민정음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깨달았다. 실학 시대에는 『세종실록』에 나오는 <어제 서문>이나 <예의>, <정인지 후서>의 내용은 이해했더라도 정작 『훈민정음(해례본)』의 내용은 볼 수 없었던 때였으므로 제한된 여건에서 훈민정음의 일반 원리와 문자 및 음운, 어휘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실학 시대에 간행된 최석정의 『경세훈민정음도설』, 신경준의 『훈민정음운해』, 홍양호의 『경세정운도설서』, 정동유의 『주영편』, 유희의 『언문지』 등은 훈민정음의 원리와 문자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해를 보여 준 값진 문헌들이다. 가령, 신경준은 『훈민정음운해』에서 훈민정음은 배우기 쉬워 부녀자나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여 학습의 용이성을 주장하고, 나아가 훈민정음이 천하의 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고 하여 표음적 우수성을 지닌 만국 음성기호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역설하였으며, 정동유는 『주영편』에서 사대부들도 훈민정음의 이치를 제대로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훈민정음의 내용을 살펴 한자음의 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하여 사대부들이 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도 훈민정음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 문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식의 확대를 보여 주었다.

요컨대, 한글 사용의 역사적 맥락과 과정은 15세기에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17세기에서 19세기 즉 실학 시대에 이르러서는 한글의 사용과 보급이 점차 확대되고 한글에 대한 이해와 저변이 넓어졌으며, 주체적인 문자관이 확립되면서 우리 문자에 대한 자각과 재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음을 이 시기의 문헌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번주 대전 벚꽃 본격 개화…벚꽃 명소는?
  2. [속보] 4·2재보선 충남도의원 당진 제2선거구 국힘 이해선 후보 당선
  3. '미니 지선' 4·2 재·보궐, 탄핵정국 충청 바닥민심 '가늠자'
  4. [속보] 4·2재보선 대전시의원 민주당 방진영 당선…득표율 47.17%
  5. [사설] 학교 '교실 CCTV 설치법' 신중해야
  1. 세종시 문화관광재단-홍익대 맞손...10대 관광코스 만든다
  2. 대전 중1 온라인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재시험 "정상 종료"… 2주 전 오류 원인은 미궁
  3. 올해 글로컬대학 마지막 10곳 지정… 지역대 사활 건 도전
  4. [사설] 광역형 비자 운영, 더 나은 방안도 찾길
  5. 세종대왕 포토존, 세종시의 정체성을 담다

헤드라인 뉴스


윤석열 대통령 전격 파면… 헌재 8명 만장일치 `인용`
[이슈] 청소년 비행 잡고 불법촬영 막아주는 대전자치경찰위 `과학치안`
[이슈] 청소년 비행 잡고 불법촬영 막아주는 대전자치경찰위 '과학치안'

"이곳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공원에서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며 비행을 저지를 때 인공지능(AI)이 부모님을 대신해 "하지 말라"고 훈계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대전 대덕구 중리동의 쌍청근린공원 일대에는 어른 대신 청소년들의 일탈과 비행을 막는 스마트 AI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영상카메라라는 '눈'을 통해 AI가 담배를 피우는 동작과 술병 형태, 음주하는 행위를 감지해 그만할 때까지 경고 음성을 내뱉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전자치경찰위원회가 과학기술업..

`결국 폐업`…1분기 충청권 건설업 폐업신고 17건
'결국 폐업'…1분기 충청권 건설업 폐업신고 17건

올해 1분기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가 16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이후 같은 분기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충청권 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17곳으로 집계됐다. 3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16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4년 1분기(134건)보다 약 12% 늘어난 수준이다. 1분기 기준으로 비교하면,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5년간 1분기 폐업 신고 건수는 ▲2024년 13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기뻐하는 시민들

  •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