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3년 만의 동창회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3년 만의 동창회

'검수완박'과 '동술공감'

  • 승인 2022-04-16 08:5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 꿈이었다고 가버렸다고 안개속이라 해도 워우 워우 ~ (후략)"

가수 이용복의 히트곡 [어린 시절]이다. 봄은 오는가 싶더니 급속도로 멸망의 길을 가고 있다. 봄의 전령이랄 수 있는 벚꽃은 만개(滿開)와 난분분의 참 좋았던 시절을 지나 지난 비에 죄 낙하했다.

어렵사리 길러낸 튤립들 역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을 보자면 우리네 인생 또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라는 어떤 철학의 발견에 방점을 찍게 된다.

아무튼 왕배덕배(이러니저러니 하고 시비를 가리는 모양)로 봄의 정체에 대하여 왈가불가해봤자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여름은 벌써 진주하여 대낮에는 찬 얼음물까지 대령(待令)을 명령하고 있으니까.



어제도 힘겨운 일을 하던 중이었다. 동창회 단체 카톡방에 모처럼 낭보가 올라왔다. "오는 4월 30일에 마침내 동창회를 합니다." 무려 3년 만에 동창회가 열린다는 희소식이었다.

위에서 소개한 이용복의 가요처럼 고향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을 같이 했던,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다.

궁핍의 보릿고개를 갓 벗어난 1950년대에 태어난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고무신으로 사계절을 버텼다. 가난의 견고함은 여전했기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가는 비율은 3분의 2에 불과했다.

고교에 이어 대학까지 나온 동창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정년을 맞았다. 노후 역시 평소 자신의 건강관리나 잘하면 되므로 앞갈망(자기에게 생기는 일을 감당하여 처리함)의 걱정조차 없다.

반면 필자와 같은 불학의 빈곤한 무지렁이는 놀면 불안하기에 뭐든 해서 돈벌이를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3년은 지인과 동창의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있어서도 비교적 입지(立地)가 수월했다. 온라인 송금으로 축하와 애도를 표하면 됐다.

코로나 19의 상륙과 장기화 덕분(?)이었다. 이랬던 정부 강공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 만에 풀리면서 우리 동창회도 비로소 진정한 해빙(解氷)의 봄을 맞게 된 것이다.

천안 광덕산 계곡에서의 물놀이와 천렵, 태안 바다에서 맛봤던 싱싱한 생선회와 초밥의 성찬, 환갑 기념으로 인천 바다까지 가서 뱃놀이를 했던 아름다운 면면들이 주렁주럭 추억의 과실로 풍성하게 떠오른다.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불변하게 뜨거운 전쟁터가 정국이다. 정국은 요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사견이지만 여당의 의도대로 '검수완박'이 완료된다면 검찰권을 행사하는 사법관이며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검사(檢事)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

하여간 3년 만의 동창회 개최 소식에 모처럼 기분이 낭창낭창했다. 그동안 동창들은 어찌 변했을까……. 또 얼마나 파란(波瀾)의 삶을 살아왔을까……. 정말 오랜만에 마주할 동창들의 면면을 그려본다.

따라주고 마시는 술잔 안에 담길 동창들 개개인의 방울방울 사연들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만만하다. 그것은 곧 '동술공감'(동창이 따라주는 술에 공감하고 감탄하다 = 필자의 작위적 사자성어)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2021051301000775300030521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입찰 정보]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공고
  4.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5.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1.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2.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3.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4. 대전 경제기관·단체장 연말연시 인사이동 잇따라
  5. 대전 동구, 축제로 지역 이름 알리고 경제 활성화 기여까지

헤드라인 뉴스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탄핵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무총리(한덕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현행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를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오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2021년 5월 전면 폐지되면서다. 문재인 전 정부는 수도권에서 촉발된 투기 논란과 관세평가분류원 특공 사태 등에 직격탄을 맞고, 앞뒤 안 가린 결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이 적잖다. 중앙행정기관에선 행정안전부 등의 공직자들부터 2027년 제도 일몰 시점까지 특별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세종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같..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