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용복의 히트곡 [어린 시절]이다. 봄은 오는가 싶더니 급속도로 멸망의 길을 가고 있다. 봄의 전령이랄 수 있는 벚꽃은 만개(滿開)와 난분분의 참 좋았던 시절을 지나 지난 비에 죄 낙하했다.
어렵사리 길러낸 튤립들 역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을 보자면 우리네 인생 또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라는 어떤 철학의 발견에 방점을 찍게 된다.
아무튼 왕배덕배(이러니저러니 하고 시비를 가리는 모양)로 봄의 정체에 대하여 왈가불가해봤자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여름은 벌써 진주하여 대낮에는 찬 얼음물까지 대령(待令)을 명령하고 있으니까.
어제도 힘겨운 일을 하던 중이었다. 동창회 단체 카톡방에 모처럼 낭보가 올라왔다. "오는 4월 30일에 마침내 동창회를 합니다." 무려 3년 만에 동창회가 열린다는 희소식이었다.
위에서 소개한 이용복의 가요처럼 고향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을 같이 했던,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다.
궁핍의 보릿고개를 갓 벗어난 1950년대에 태어난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고무신으로 사계절을 버텼다. 가난의 견고함은 여전했기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가는 비율은 3분의 2에 불과했다.
고교에 이어 대학까지 나온 동창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정년을 맞았다. 노후 역시 평소 자신의 건강관리나 잘하면 되므로 앞갈망(자기에게 생기는 일을 감당하여 처리함)의 걱정조차 없다.
반면 필자와 같은 불학의 빈곤한 무지렁이는 놀면 불안하기에 뭐든 해서 돈벌이를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3년은 지인과 동창의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있어서도 비교적 입지(立地)가 수월했다. 온라인 송금으로 축하와 애도를 표하면 됐다.
코로나 19의 상륙과 장기화 덕분(?)이었다. 이랬던 정부 강공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 만에 풀리면서 우리 동창회도 비로소 진정한 해빙(解氷)의 봄을 맞게 된 것이다.
천안 광덕산 계곡에서의 물놀이와 천렵, 태안 바다에서 맛봤던 싱싱한 생선회와 초밥의 성찬, 환갑 기념으로 인천 바다까지 가서 뱃놀이를 했던 아름다운 면면들이 주렁주럭 추억의 과실로 풍성하게 떠오른다.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불변하게 뜨거운 전쟁터가 정국이다. 정국은 요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사견이지만 여당의 의도대로 '검수완박'이 완료된다면 검찰권을 행사하는 사법관이며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검사(檢事)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
하여간 3년 만의 동창회 개최 소식에 모처럼 기분이 낭창낭창했다. 그동안 동창들은 어찌 변했을까……. 또 얼마나 파란(波瀾)의 삶을 살아왔을까……. 정말 오랜만에 마주할 동창들의 면면을 그려본다.
따라주고 마시는 술잔 안에 담길 동창들 개개인의 방울방울 사연들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만만하다. 그것은 곧 '동술공감'(동창이 따라주는 술에 공감하고 감탄하다 = 필자의 작위적 사자성어)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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