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위정자의 지침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위정자의 지침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 승인 2022-04-15 09:1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선왕조실록이나 각종 의궤를 보자면, 조선이 기록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절감하고 감탄하게 된다. 의궤는 국가 및 왕실에서 치루는 주요 행사와 의식, 구조물 축조 등을 날짜순으로 등록하고 그림과 자료를 곁들인 것이다. 후일에 전하고, 참고로 삼고자 했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양식의 기록물이다. 오늘날 시각 자료와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세련되고 생생한 자료이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책이 3895권에 이른다. 분량이 엄청나지만,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 모두가 기록으로 남은 것은 아니다.

경복궁 근정전 어좌 뒤편에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있다. 오봉병(五峯屛), 일월오봉병, 일월오악도, 일월곤륜도 등으로도 불린다. 다섯 개 산봉우리와 해, 달, 소나무, 폭포, 파도 등이 등장한다. 근정전뿐 아니라, 창덕궁의 인정전,?창덕궁의 명정전,?덕수궁의 중화전,?경희궁의 숭정전 등 대부분 궁궐 정전(正殿) 왕의 어좌가 놓인 당가(唐家:닷집)에 설치하였다. 국왕의 임시처소, 국왕이 참석한 각종행사 그림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림으로 왕의 위엄과 권위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상(圖象)이나 그 유래에 관한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해당 그림 대다수가 형식 및 구도상 특성을 보이는 데, 1) 화면의 중앙에는 다섯 개의 봉우리 가운데 가장 큰 산봉우리가 위치하고 그 양쪽으로 각각 두개의 작은 봉우리가 협시(挾侍)하는 양 배치되어 있다. 2) 해는 중앙 봉우리의 오른편에 위치한 두 작은 봉우리 사이의 하늘에, 달은 왼편의 두 작은 봉우리 사이의 하늘에 떠 있다. 3) 폭포 줄기는 양쪽의 작은 봉우리 사이에서 시작하여 한두 차례 꺾이며 아래쪽의 파도치는 물을 향해 떨어진다. 4) 네 그루의 적갈색 수간(樹幹)을 한 키 큰 소나무가 병풍의 양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바위 위에 대칭으로 서 있다. 5) 병풍의 하단을 완전히 가로질러 채워진 물은 비늘모양으로 형식화되어 반복되는 물결무늬로 문양화(文樣化) 되어있다. 산과 물의 경계선 또는 작은 봉우리 같은 형식화된 물결들의 사이사이, 혹은 그 두 군데 모두에 위로 향한 손가락을 연상케 하는 역시 형식화된 하얀 물거품들이 무수히 그려져 있다.

경복궁 근정전
경복궁 근정전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발달한 독특한 문화로 보인다. 신하가 임금을 축수하는 내용인 시경(詩經) 천보(天保)편을 도상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달과 해는 하늘같은 존재, 산은 영원을, 소나무는 자손만대와 번창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물에 대한 구절이 없어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음양오행의 도상으로 보기도 한다.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든 것이 그려져 있어, 세상의 조화와 이치를 깨닫게 한다. 오봉은 오 방위, 세상천지로 보거나, 사람이 갖추어야 할 도리인 오상(五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 보기도 한다. 오상은 사단(四端)인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덕(四德)에 신(信)을 더한 것이다. 인격수양의 덕목이요, 오늘날에도 유효한 도덕적 규범이다. 사랑, 바름, 겸손, 슬기, 믿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어떤 그림이든, 그림에는 의미가 담긴다. 그를 모두 읽어 내기는 어렵다. 그나마 보는 이에 따라 서로 다르다. 한편으론, 제각각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에도 위에 언급한 그 이상의 것이 담겨있지 않을까? 합뜨려보자. 천지인 조화로 물과 같은 순리에 따라 태평성대를 이루자는 다짐이요, 지침, 역할, 위상을 대변한 것은 아닐까? 천리를 깨우치고 그를 실천하는 것이다. 곧, 위정자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요, 천심을 받드는 것이다. 일로서 평가받는 것이요, 심판 받는 것이다. 위엄과 권위는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결코 다른 의도나 물리적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련의 변화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거나 되풀이 되는 것을 순환이라 한다. 혈액이 잘 순환해야 생명체가 건강하듯 자연도 막힘없이 순환하여야 건강하다. 사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나치게 낙망하가나 낙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저 순환하는 것으로 보자. 막혀있으면 독재 아닌가? 순환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온라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