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혁 작가. |
가장 보기 좋고 맛있는 음식 사진은 잘 차려놓은 밥상이 아니라 정말로 누군가 모두 다 먹어서 비워진 빈 그릇만 남은 사진이지 않겠는가! 맛있게 차려 놓은 밥상과 맛있게 먹은 밥상. 어찌 보면 맛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기에 누구나 경험해서 느껴진 그 빈 그릇만 보고도 침이 꼴딱 넘어갈 수도 있고 배가 이미 부를 수도 있지 않나 싶었다.
사고의 전환은 이런 맛있는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하는 것을 새롭게 나타내어 보이는 것이 창작일 수도 있다. 사고의 전환이 창작의 산물로 이어진다면 필자는 한 인물이 떠오른다.
스티브 잡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책에서 많이 보여졌고 읽혀졌으며 사람들은 그의 천재 같은 생각 조차도 하나의 작품이고 디자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늘 꿈꾸던 삶을 오히려 우리는 그가 없는 이 세상에서 충분히 아주 넉넉하게 누리며 살고 있다. 한 사람의 상상과 그리고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는 고집은 늘 그렇게 삶의 영역을 바꾸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세상에 없는 것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그곳에 시선을 머무는 것은 창작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어떨 땐 창작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궁금하고 흥미로울 때가 있다. 최근 한 기업인이 전쟁 중인 대통령에게 건넨 쿨한 거래는 세상의 그 어떤 반전시위보다 강해 보였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마치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잡스의 뒤를 자연스럽게 잇듯 일론 머스크는 창작자의 관심을 충분히 보여주는 듯하다. 더불어 그가 그의 기업을 마케팅하는 것조차 도발처럼 보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한 리더의 태도가 그 회사의 이미지로 전달되어 보인다. 이 둘을 이 시대를 이끈 디자이너, 거침없는 창작자로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앞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디자인하는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작자의 고유한 영역에 속하는 예술가는 누가 있을까? 그 중 그림 그리는 화가가 있다면 필자는 누구보다도 빈센트 반 고흐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일단 그의 그림은 주로 노랑과 파랑을 보이며 강한 색조의 대비와 거친 붓 터치로 많이 알고 있고 또한 그렇게 보여 진다. 하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서 바라본 그의 그림들은 거친 붓놀림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와 셀 수 없는 편지를 먼저 발견하게 된다. 편지의 내용은 주로 가족들끼리 주고받은 소소한 내용이었다.
때로는 고흐의 안부, 고흐 동생인 테오의 일상, 주변 날씨, 부는 바람에 대한 이야기. 그런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 가운데 비친 고흐의 필체는 결코 힘들지만 예술을, 그림을, 붓을 꺾고 싶지 않으려는 그의 강한 의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와 그의 가족들이 남겨둔 손편지를 작품보다 먼저 보니 고흐의 뭉클함이 강한 색채와 더불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하나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게끔 만든 에너지로 다가왔다. 그렇게 창작은 결과적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지만 생각하는 과정이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로 전달된다면 그것으로도 창작이 되며 그 기쁨을 누리는 즐거움이 관객에게 넉넉히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누구나 창작 활동을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필자의 말이 뒤쳐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산이 더 이상 쌓아 올리는 탑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가치는 잃어버렸던 에너지를 되찾는 것 그것이 예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두려움을 금방 잃어버리고 금세 다시 옛 위치로 돌아가려 하는 그릇된 행동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창작이 쓰레기가 되지 않기를 예술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가치 있는 산물이 되길 오늘도 기대하며 언제나 늘 매일매일 날마다 창작자의 사고와 시선을 사랑하며 응원한다./강혁 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