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내가 있는 곳이 법정' 영상재판 시대 'ON'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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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이슈현장]'내가 있는 곳이 법정' 영상재판 시대 'ON' 기대우려 교차

교도소에서 원고 화상연결로 재판참여
작년부터 영상재판 이용범위 확대돼
영상·음성 연결되는 곳에서 증인 등 가능

  • 승인 2022-04-14 17:18
  • 수정 2022-04-15 17:28
  • 신문게재 2022-04-15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지법 영상재판2
대전지법 민사20단독(판사 오현석)이 4월 14일 313호 법정에서 대여금 관련 소송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하고 있다. 법정에 출석한 원고와 인터넷화상장치로 연결된 피고인이 스크린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회의도 식사도 비대면이 익숙해지는 때에 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비대면 재판'을 시작했다. 화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돼 원고는 대전에 머문 채 서울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진실을 밝히는 법정에서 이뤄지는 영상재판, 기대와 우려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1. 13일 오후 4시 30분 대전지방법원 민사18단독(판사 김영호) 313호 법정에서 교도소에 수용자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마지막 변론이 진행됐다. 천안교도소 수감 중 넘어져 팔꿈치를 다쳤으나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됐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내용이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대전교도소 화상중계실에서 판사와 원격으로 대면했다. 법정 스크린에 원고의 얼굴이 비치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고는 교도소 화상중계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판사와 의견을 주고받고 상대 측 변호인의 주장을 지켜보며 15분 남짓의 변론을 마쳤다.

#2. 2021년 11월 18일 대전지법 또 다른 법정에서는 대한민국 법원을 대표해 6건의 영상재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영상재판 확대를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시행된 첫날 이었고, 대전지법 형사6단독은 구속심문기일을 각각 청주교도소와 공주교도소에 설치된 중계시설을 통해 진행했다. 법정의 판사가 구속된 피고인과 화상으로 연결해 심리했고, 영동지원에서도 같은 날 판사가 광주교도소에 설치된 중계시설을 통해 구속 피고인에 대해 심문기일을 화상재판으로 열었다.

▲비대면재판 문을 열다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영상재판은 이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법정 풍경이 됐다. 영상재판이란 회사가 모임을 비대면 화상회의로 갖는 것처럼 판사와 변호사 그리고 원·피고가 법정에 모이지 않고 화상 연결을 통해 이뤄지는 재판을 말한다.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관한특례법이 제정돼 시행한 지는 30년 가까이 되었으나, 영상재판을 경험한 사람이 극히 드물 정도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2021년 11월 영상재판의 이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 법원에서 활성화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건강상태 등 그 밖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해 신문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원고나 피고가 법관을 직접 대면해 의견을 개진하고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영상재판은 그동안 제한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됐으나, 코로나19 영향과 발달한 영상통신 기술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셈이다. 실제 대전지법과 고법은 2020년 3월과 8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을 잠시 보류하는 휴정을 시행했고, 올해 2월 교정시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일부 재판일정에 차질을 빚었는데 이때에도 영상재판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전지방법원 유현식 공보관은 "영상재판 확대 실시를 통해 재판관계인의 편의 증진과 비용 절감, 분쟁해결 효율성 제고가 가능하고, 감염병 확산처럼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철환 변호사2
법무법인 지원피앤피 박철환 대표변호사가 화상재판을 위해 법원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법원 안팎 바뀌는 풍경

영상재판은 타는 목을 적셔줄 우물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굳이 도르래를 동원하지 않고도 물을 길듯이 원격으로 재판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국민 사법 접근성 향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재판은 민사소송의 변론 준비기일과 심문기일, 변론기일 등 대부분 절차에서 가능하고 형사소송에서는 구속 이유 고지, 공판준비기일 등 일부 절차에서 가능할 정도로 적용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2021년 전국 법원 영상재판 실시 사례를 보면 대전지법은 지난해 17건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했는데, 변론 준비와 심문기일에 주로 중계장치 연결을 통한 재판을 활용했다. 인터넷망을 통해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할 수 있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의 인터넷화상장치가 있는 개인적 공간뿐만 아니라 법원이나 관공서에 설치된 비디오 중계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영상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법정 출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 있는 당사자가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할 수 있고, 몇 시간씩 걸쳐 법정에 왕복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특정 분야에 전문가인 감정인이나 전문위원이 대전법원에 설치된 중계장치를 활용해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법정 출석을 위해 휴가를 내는 일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단독 또는 합의부 등 대전지법이 운영 중인 70여 개 재판부가 법정이 부족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해진 요일에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데 영상재판이 판사의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수준까지 발전을 예상했을 때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지원피앤피 박철환 변호사는 "영상재판을 활용하더라도 소홀히 다룬다는 선입견이나 사건 결과에 불이익이 없음이 의뢰인이나 법원이 명확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10분 남짓 준비기일을 위해 4~5시간씩 이동하는 불편이 줄어 재판 준비에도 더욱 충실하게 되는 측면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진실도

다만, 실체적 진실을 향하는 판사들 입장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전지법에서 연간 민사와 형사 등의 본안소송을 6만 건씩 처리하는 통계를 보면 영상재판은 아직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문제가 불거질 정도가 되지 않았을 뿐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영상재판은 대면재판보다 판사나 변호인 그리고 당사자 모두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원격 영상으로 재판에 참여한 증인이나 피고인이 카메라가 비치지 않는 곳에 누군가에 의해 억압당하거나 조정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쌍방이 자료를 제시하며 쟁점을 다툴 때 상대가 제시하는 자료를 원격으로 확인하거나 양쪽의 서면을 비교하며 작은 화면에서 진실을 다투기 역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특히, 위증의 가능성이 있는 증인신문에서 판사가 당사자를 직접 마주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예상한다. 이 때문에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표정과 몸짓, 자세 등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사건까지 영상재판이 대면 재판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베스트로 임성문 대전변호사회장은 "판사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법정과 달리 증인이나 당사자, 변호인을 화상으로 연결할 때는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라며 "사건의 성격이나 중대성에 대해 판사가 판단해 그때그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시행 초기의 어려움을 헤쳐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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