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문화人] 모세 작가 "로봇의 무표정이 인간의 감정과 가장 닮아있지 않을까요?"

  • 문화
  • 공연/전시

[문화in, 문화人] 모세 작가 "로봇의 무표정이 인간의 감정과 가장 닮아있지 않을까요?"

기존 틀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예술
대전 문화정책 '소극적'…예술은 과정 중요
개인 예술인, 대중성에 안주하지 말고 심화해야

  • 승인 2022-04-14 15:15
  • 수정 2022-05-07 21:22
  • 신문게재 2022-04-15 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KakaoTalk_20220414_010736973
'그 시선이 닿는 곳은 이 사진이 도착할 곳으로부터 존재하고 있음을', 단채널 비디오, 7분 9초, 2021.
"감정은 이모티콘처럼 단순하지 않죠. 울거나 웃는 표정을 담아내지만 타자를 치는 우리의 얼굴은 무표정하지 않나요? 마치 가면 같은 기계의 얼굴이 인간 심리와 가장 닮아있는 것 같아요."

모세(조민수)씨는 영상·공간·설치예술 등 다양한 매체로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의 예술 세계를 표현한다. 기존 예술의 기교와 현혹, 과장은 물론 관객과 감동을 주고받는 것마저도 부정한다. 모세씨는 "관람자가 작품을 통해 눈물을 흘린다든지 환희를 느낀다든지 그런 건 정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예술로 표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모세씨는 작년 9월 대전 동구 공연장 '구석으로부터'에서 전시 '미지근하고 조롱당하고 걸치고 뭉치고 삐걱거리는' 을 열었다. 로봇 강아지가 폐 교회에서 인간에 대해 사변하는 내용의 전시다. SNS상에서 이모티콘으로 슬픔, 기쁨 등 감정을 한정 짓지만 사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며, 기계가 인간이 재현하지 못하는 무표정한 얼굴을 재현하고 있다는 의미로 로봇 강아지를 등장시켰다.

1 (1)
조민수(모세)작가는 영상·공간·설치예술 등 다원적 매체를 사용해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조민수 작가 제공
개인화된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폐 교회를 선택했다. "옛날엔 단관극장이라 모든 관객이 모두 같은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멀티 플렉스 영화관에 가면 관마다 다른 영화를 보죠. 더 양극화돼서 이제 OTT 서비스로 각자 방에서 영화를 봐요. 예전엔 작은 예배당에서 동네 모든 사람이 모였어요. 하지만 요즘엔 교회도 세대별로 구획을 나눠서 예배하죠. 개인의 자유는 보전해줄 수 있지만, 한편으론 공허해요." 그런 의미에서 로비, 종탑, 기도실 등이 통으로 이어져 있는 건축적 구조를 가진 폐 교회를 선택하고 폐 교회의 척추 역할을 하는 기도실에서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음악을 틀고 전시를 했다.

모세씨는 대전에서 시작해 비수도권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아트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대전시 정책토의, 전시 비평, 창작 연구, 콘텐츠 개발이 그가 구상하는 활동이다. 모세씨는 대전시의 문화 정책이 타 광역시와 비교했을 때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시의 문화예술 사업은 결과 중심적이에요. 미디어 파사드, 스카이로드 같은 옥외조형물 위주로 흘러가죠. 실상은 방치되어 운영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대전시와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사업에 대한 방향을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옮겨와야해요."



지역 청년 예술인들도 대중성에 안주하지 않고 작업 세계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진 예술인 개인의 노력도 중요해요. 대중성을 이유로 하향 평준화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자신의 예술 세계를 공부하고 심화해 좋은 작품으로 질적 성취를 향상해야 해요"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3.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