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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한 영역으로 인지해야 할 도서가 시장 논리로의 접근 방식으로 인해 인터넷서점 같은 대형자본들 배 불리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지역 서점의 순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각의 여론만을 좇는 도서정책이 결국 지역서점과 독립서점들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출판계와 지역서점업계에 따르면 윤영덕(광주 동구남구갑) 민주당 의원은 의원 10명이 3월 31일 발의한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정가 판매 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서점의 자율성을 높이고 오래된 도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 일주일 만에 철회됐다.
도서정가제는 도서의 할인 한도를 제한하고 정해진 가격에 맞게 판매하도록 한 제도로 대형 서점들이 자본력을 이용해 과도한 할인율을 내세우는 시장독점 체재를 방지하기 위해 2003년 2월 처음 도입, 2014년 개정 이후 참고서와 실용서 등 모든 간행물로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도서물류 규모가 큰 온라인 대형서점들이 최대 폭인 15%까지 할인율을 낮추는 반면, 지역서점들은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10% 할인에 그치는 등 실제로는 현행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2014년 이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착 단계에 접어드는 도서정가제가 3년마다 돌아오는 개정 논의 때마다 축소·폐지가 거론되면서 현행법상으로도 약세인 지역 서점들이 이마저도 설 자리를 잃게 될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지역 출판계는 경제 논리로만 해석하는 것 자체가 도서의 순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상인 데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도서문화 존립을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강신철 희망의책 대전본부장은 "지역서점·출판계에 산소호흡기 역할인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지역의 도서문화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며 "도서가 문화산업의 한 영역인 만큼, 시장논리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지자체가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서점 관계자는 "온라인 대형서점들은 발행 규모의 특성상 30% 이상 할인 폭을 맞출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지역 서점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도서정가제 도입은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한 문화정책의 일환인데, 경제 논리와 접목해 본래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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