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이번에는 ‘포켓몬빵’이다. 1500원 가격의 빵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어른도 아이들도 대동단결했다. 편의점 앞에는 "포켓몬빵 없습니다. 당분간 입고 불가능합니다." 마치 2년 전 마스크 대란 때의 약국 앞에 쓰여 있던 문구를 보는 것 같다. 또는 센스있는 문구도 보인다. "포켓몬 빵을 찾아 여기까지 왔구나! 자 그럼 다음 편의점으로 이동하렴!! 다 팔렸단다." 편의점주의 재치에 미처 빵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잊고 잠시 웃음을 보이던 아들이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다. "아빠 다음 편의점은 어디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편의점 발주 수량은 제한된 상태고, 마트에서도 1인당 구매 수량을 정해놓고 있다. SPC삼립은 물량을 최대한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현상을 다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인증샷과 맛의 평가만으로 끝났던 허니버터칩과는 달리 빵의 맛보다는 추억의 소환과 부수적인 기념품이라 할 수 있는 포켓몬 스티커가 핵심이다. 사람들의 빵보다는 내가 뽑은 스티커의 종류가 인기 있는 포켓몬인지 아닌지에 더 열광한다. 그래서 한두 번의 허니버터칩의 구매에서 끝났던 소비자들과는 다르게 인기 있는 포켓몬의 스티커를 얻기 위해 샀던 빵을 또다시 찾아다니는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여기에 98년도 포켓몬 빵을 사 먹던 아련한 추억에 어른들도 어디 나도 한번 사볼까 도전장을 내밀었고, 손녀 손자들에게 인기 있는 조부모가 되고 싶다며 빵을 사러 나온 어르신들까지 가세한다. 코로나19의 무서움도 포켓몬빵을 사면 일정 부분의 로얄티를 일본의 포켓몬 회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 열풍에 찬물을 끼얹지 못한다.
모든 기업은 경쟁한다. 그러나 포켓몬빵의 열풍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경쟁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해본다. 기업들은 무한경쟁 시대에 제품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가격과 품질에 집중해왔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로 대표되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지금 포켓몬 빵의 경쟁자는 무엇인가? 좀 더 맛이 좋은 빵도 아니고 좀 더 저렴한 빵도 아니다. 아련한 추억이, 인기 있는 스티커를 가진 친구들이, 포켓몬 스티커를 모두 모아 포켓몬 마스터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고 있다.
남녀노소 모든 고객이 스스로 찾아다니고 홍보해주는 상품이라니 기업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마케팅이 또 있을까? 어떤 기업이든 판매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하지만 포켓몬빵의 경우 스티커를 획득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고 영상을 올린다. 스티커를 다 모았다는 인기 있는 유튜버의 동영상은 며칠 만에 200만 뷰를 훌쩍 넘기고 편의점 50군데를 돌고 빵 6개를 구했다는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부러움을 느낀다. 그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다시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아! 소비자가 공급자를 찾아다니는 제품이라니! 모든 기업의 꿈이다. 이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할진 잘 모르겠지만 이미 제품 출시 43일 만에 1000만 개의 빵이 팔린 SPC삼림의 입장에선 역사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기막힌 운이라고 하지만 이 운의 시작도 추억의 포켓몬 빵을 출시하기로 기획한 이에서 시작된 것이며 스티커에 번호를 매겨 놓음으로써 내가 모으지 못한 스티커가 몇 번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한 아이디어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500원의 가격,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 2년간의 지침 속에서 열광하는 것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두근거리는 행복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의 포켓몬빵 찾아 3만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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