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초두효과와 빈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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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초두효과와 빈발효과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4-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결혼을 전제로 남녀가 서로 만나보는 것을 맞선이라 한다. 살면서 딱 한번 해본 적이 있다. 평소 교분이 있던 한 교사가 아리따운 여성을 소개했다. 강권으로 얼떨결에 한 약속이었다. 당시엔 그림만 그리며 살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비루한 삶에 다른 사람을 끌어 들이고 싶지 않아 결혼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물들인 군복 바지저고리에 고무신을 신고 약속장소에 나갔다. 오히려 그것이 더 좋아 보였을까, 순수하다고 생각했을까, 이후 상대 쪽에서 더 적극적이었다.

신체언어, 그림언어, 음성언어, 문자언어가 혼재해 왔다. 원시로 돌아가는 것일까? 지금은 이미지 시대라 한다. 영상이나 이미지로 서로를 읽는다. 긴 글보다 이미지 한 컷이 더 강열한 경우가 많다. SNS에서도 긴 글은 사랑받지 못한다. 물론, 그런 현상에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는다. 모든 게 조화 아닌가? 긴 이야기가 필요한 경우도, 중요한 경우도 있다. 아무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쇼츠(shorts)영상이라는 것이 선을 보였다. 쇼츠는 짧으면 15초, 길게는 5분 이내의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누리꾼 반응이 상상이상이었던 모양이다. 시각을 읽고 쓰는 시대(Visual Literacy),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가 먼저인 시대에 살고 있기에 그에 부합하는 자연스런 시대 산물 아니겠는가? 앞서, 중국 SNS 틱톡(TikTok)이 짧은 영상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글보다 이미지가 먼저 온다. 이미지력이 뛰어난 사람은 이미지 기억도 오래간다.

이미지는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 대상으로부터 받는 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선거에서 후보의 부단한 변신을 보았다.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야 가상한 일이다. 장점, 고유성, 차별성도 살려야 하지만, 진실성,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잘 대변하라는 것이지, 거짓을 강조하고 표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작된 이미지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런 이미지 아닐까?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났을 때, 왠지 친근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꺼려지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첫인상의 영향이다. 때문에 첫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첫인상은 처음 만나 형성되는 이미지로,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고 한다. '첫머리 효과'라고도 한다. 상반되는 정보가 시간 간격을 두고 주어지면 정보처리과정에서 초기 정보가 후기 정보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나아가 나중 정보의 처리 지침이 되기도 한다.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으나, 인상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인상과 같이 어떤 대상에 대해 마음깊이 새겨지는 주관적 느낌을 표현할 때는 인상(印象)이다. 객관적인 생김새, '인상착의'와 같이 사용되는 경우는 인상(人相)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생김새라는 객관적인 모습이다. 물론 인상(人相)으로 인상(印象)이 결정되고 평가된다. 인상(印象)에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다.

맞선뿐이겠는가? 인간관계에서 외모가 결정적인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 연유로 누구나 변신에 공을 들인다. 성형수술 등도 불사한다. 머리모양, 화장, 단정한 복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어느 것이 더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기도 한다.

외모 외에도 출신 학교, 출신 지역, 성별, 혈액형 등 수많은 고정관념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 경험, 뒷담화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이고 일반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준이 정해진 바도 없고 정답도 없다.

초두현상의 반대현상으로 빈발효과(Frequency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첫인상이 나쁘더라도 반복해서 제시되는 행동이나 태도 등에서 첫인상과는 달리 진솔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점차 좋은 인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자연스레 반복되는 행동이나 태도 때문에 첫인상이 바뀌는 것이다. 지난하지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말 얼굴은 '얼꼴'에서 왔다 한다. 얼은 영혼, 꼴은 생김새를 뜻한다. 얼굴은 곧 영혼의 생김새이다. 얼굴을 보면 영혼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형상에 있지 않다. 이때의 이미지는 성형으로 만들 수 없으며 일시적으로 가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치열한 삶의 궤적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음과 삶, 하나하나 아름답게 가꾸자고 다짐한다. 아울러 경계로 삼고자 하는 말이 있다. 후한서 마원 열전에 나오는 말로 명심보감에서 읽었다. "마원이 말하길, 한평생 착한 일을 하여도 선은 오리려 부족하고, 단 하루 악한 일을 하여도 악은 스스로 남음이 있다.(馬援曰, 終身行善 善猶不足, 一日行惡 惡自有餘)"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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