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4개월째를 맞은 대전 한 택시법인의 차고지 수리센터에 손때 묻은 공구들이 남아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지난해 12월부터 휴업에 돌입한 대전 A택시법인은 전체 면허대수 57대 중에서 27대를 매각해 현재는 30대를 차고지에 보관 중이다. 그나마 대전시가 택시면허 추가 매각을 승인하지 않고 아직 퇴사하지 않은 직원이 3명 남짓 남아있기 때문에 택시를 전부 매각하지 못했을 따름이지 이대로라면 사실상 폐업 수순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창업해 대전 76개 택시법인 중 10위 안에 드는 규모의 회사가 폐업을 염두에 둔 휴업에 이르게 된 원인은 빈번한 법적 다툼과 노사갈등에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4월 대법원이 업계에 관행처럼 여겨지던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효라고 판결한 이후 상당수 법인과 기사들이 미지급 임금을 다투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전 76개 택시법인 중에서 49개 회사가 피소를 당해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만 123건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중 택시법인이 승소한 사례는 3건, 근로자 승소는 94건에 달하고, 충남에서도 천안지원 등에 택시 임금소송 42건이 계류 중이다.
A택시법인도 2019년 5월부터 6월 사이 기사 32명이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2년간 송사 끝에 2021년 11월 대전지법으로부터 3억6000만원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항소하는 과정에서 법원 결정액에 대한 공탁이 늦어지고, 소를 제기한 기사들이 법인의 결재계좌에 압류를 신청해 현재까지 해제하지 않으면서 택시법인에 자금 흐름이 멈추는 사태를 맞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님이 요금을 결재해도 법인에 입금되지 않아 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기사들이 퇴사하고, 회사 역시 권고사직을 진행해 현재는 3명의 근로자만 남았다.
A법인 관계자는 "늦게나마 법원에 공탁금을 완납했음에도 일부 기사들이 법인 결재계좌 압류를 해제하지 않아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내릴 결정"이라며 "택시 매각한 대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초과운송수입금에 대한 추가 소송도 제기될 것으로 보여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금 소송 외에도 전액관리제 시행 과정에서 기사가 회사에 납입하는 운송수입금에 대한 갈등을 여러 차례 겪었다. 전액관리제에서는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치지 못하게 납입하는 기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상당수 택시법인들이 승무정지와 급여 감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을 빚었다.
A택시법인에 종사한 기사 B씨는 "최저임금 적용부터 전액관리제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징계까지, 소송을 벌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라며 "압류는 처음부터 공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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