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6강 거안제미(擧案齊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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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6강 거안제미(擧案齊眉)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4-05 15:1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16강: 擧案齊眉(거안제미) : 밥상을 (높이가)눈썹과 가지런하도록 공손히 들어 올린다.

글 자 : 擧(들 거) 案(책상 안/ 밥상 안) 齊(가지런할 제) 眉(눈썹 미)이다.

출 처 : 후한서(後漢書) 일민전(逸民傳) 양홍편(梁鴻篇)에 나온다.

비 유 : 남편을 깍듯이 존경하거나, 부부가 서로 존경하고 화목하게 사는 것 비유



혹, 이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고, 여성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내용인 듯하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득한 옛날 남존여비(男尊女卑)사상이 전체를 이룰 때의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부부사랑의 또 다른 깊은 교훈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동한(東漢)초기 양홍(梁鴻)은 자(字)가 백란(伯鸞)으로 부풍(夫風) 평릉현(平陵縣)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린 나이에 비록 가난했지만 많은 독서를 통해 두루 학식을 쌓아 박학다식(博學多識)하고, 지조(志操)가 굳은 선비였다. 후에 그는 태학(太學)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그는 가난하지만 절조(節操)를 숭상했던 양심적(良心的)이고 고상(高尙)한 기품(氣品)의 선비였다.

태학의 학업을 마친 양홍은 황실(皇室)의 사냥터인 상림원(上林苑)에서 돼지를 기르는 일을 하였는데 한 때 불이 나서 주위의 인가를 태우게 되었다.

이에 양홍은 집집마다 찾아가 피해상황을 살피고 매 집마다 돼지로 보상해 주었다. 그런데 그 중 어느 한 집이 돼지로는 보상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자 양홍은 "제가 더 이상 가진 재물이 없으니 노동으로 갚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아침저녁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여 보상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온 마을에 알려졌고 주위 사람들은 양홍이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고 하며, 양홍에게 일을 시킨 사람을 오히려 지나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그의 인품에 반하여 딸을 시집보내려 하였으나 양홍은 모두 정중히 사양하고 청혼을 거절했다.

한편 그와 동향인 맹씨(孟氏)에게 딸이 한 명 있었는데 몸은 뚱뚱한데다 얼굴이 검고 못생겼다. 그녀는 돌절구를 가볍게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장사였다. 하지만 마음이 상냥하고 그 언행은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어 마을에서도 평판이 좋아 사방에서 혼담이 들어왔으나 그녀는 시집을 가려하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혼사(婚事)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그것은 사윗감들이 그녀를 못생겼다고 나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녀가 신랑감들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부모가 그녀에게 왜 시집가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저는 양홍처럼 어질고 덕이 높은 사람과 결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양홍이 바로 예를 갖추어 그녀를 맞이하기로 하였다.

여자는 베옷, 짚신, 요와 이불, 광주리, 새끼 꼬는 기계 등을 구비해 놓고 시집가는 날에는 화장을 하고 잘 차려입고 나갔다. 그런데 결혼 후 며칠이 지나도 양홍이 색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색시가 궁금하여 그 까닭을 물었다.

양홍은 "내가 원했던 부인은 비단옷을 걸치고 짙은 화장을 하는 여자가 아니라 누더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깊은 산 속이라도 살 수 있는 여자였소"라고 말했다. 이에 맹녀는 "저는 일찍이 당신의 현명함을 듣고 당신이 아니면 시집가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수많은 청혼을 거절하시고 마지막에 저를 아내로 택하셨는데 결혼 후 말씀 한마디 없으시니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

양홍은 "나는 줄곧 내 아내는 마(麻)로 짠 옷을 입고, 저와 함께 깊은 산 숲 속에서 은거(隱居)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분을 바르고 머리를 꾸미고 있으니 어찌 내가 꿈꾸는 아내이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맹녀는 "제가 며칠 동안 좋은 옷과 화려한 치장을 한 것은 당신께서 정말 제가 생각하는 현사(賢士)인지 알아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바로 일하기 좋은 옷과 물품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양홍은 기뻐하며 아내에게 맹광(孟光)이라는 이름과, 덕요(德曜)라는 자(字)를 지어주었다. '그녀의 인덕(人德)이 해처럼 빛나라'는 의미였다. 이후 그들은 패릉(覇陵)의산 깊은 곳에서 밭을 갈고 베를 짜며 때때로 가야금을 벗 삼아 시(詩)를 읊으며 스스로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양홍이 농사일 틈틈이 친구들에게 시를 지어 보냈는데 그 중에서 몇몇 수가 황실을 비방(誹謗)하는 내용으로 오인 받아 그에게 체포령이 떨어졌고 이에 환멸을 느낀 양홍은 오(吳)나라로 건너가 고백통(皐伯通)이라는 명문가의 방앗간지기로 있으면서 구차하게 생활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그 때 양홍이 고된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 맹광(孟光)은 남편을 반갑게 맞이하며 밥상을 눈썹 높이로 올려 바치면서 식사하기를 권했다.

이것을 본 고백통은 크게 놀라며 "아내가 이토록 공경하는 것을 보니 그는 분명히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양홍일가를 그의 집안에 머물게 하여 옷과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이로 인해 양홍은 많은 책과 이론을 저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남편의 인품을 존경하며 그의 의지를 따르고 극진한 내조로 집안을 화목하게 꾸려 남편으로 하여금 마음 놓고 학문에 정진하게 하여 명저를 저술할 수 있게 한 맹광의 처사를 높이 칭송하여 거안제미(擧案齊眉)라고 하게 되었다.

역사 속에서 여인이 권력을 행사한 때는 주로 시끄러운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권력의 중심에 있던 여태후(呂太后), 측천무후(則天武后), 서태후(西太后) 등 권력을 직접 행사했던 분들 외에도 권력을 등에 업고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인물들은 많다.

요즈음 영부인(令夫人)의 옷과 패물(佩物)등이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어 이제는 국민의 관심사로 시끄럽다. 또 지난 선거 때 여. 야 후보들이 부인의 문제로 곤혹을 치루는 혹독한 검증을 경험했다.

요즈음 시대는 능력위주이지 남녀구별시대가 아니다. 여성들이 국가지도자로서 누구보다 더 국가를 잘 이끌었던 사례는 많다.

단 남자이든 여자이든 자기역할의 선(線)을 넘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현명한 여자는 남편을 공경한다.(痴人畏婦 賢女敬夫/치인외부 현녀경부)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貴)하게 하고, 간악한 아내는 남편을 천(賤)하게한다.(賢婦令夫貴 ?婦令夫賤/현부영부귀 녕부영부천)

두 구절 모두 명심보감(明心寶鑑)의 가르침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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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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