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희 국장 |
처음 공무원의 신분으로 임용됐을 때 거창한 선서문과 마주했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리고 절차에 따라 공무원증이 발급되고 근무시간 중에는 패용을 생활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공무원증의 패용은 프로다움의 시작이다 뭐다 하면서 캠페인 성격으로 공무원증 패용을 유도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공무원증이 없으면 사무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해서 생활의 불편함으로 반드시 패용하고 다닌다. 그러면서 특히, 공무원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증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공무원은 '근무 중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여야 한다.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여야 한다'는 소소한 내용까지 들어 있는 복무규정에도 공무원증의 규격은 있지만, 무게는 어디에도 없다. 규격은 가로 54㎜, 세로 85.6㎜다. 공무원증의 무게는 실제 측정결과 5.57g밖에 안 되었다. 내가 느낀 공무원증의 무게는 5.57kg보다 무거웠는데…
그렇게 무겁게 느꼈던 것은 '공무원은 공과 사를 명백히 분별하고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모든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정치적 주장을 표시하여서는 안 된다'는 등 무엇은 하여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세세한 규정들이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공무원증에 내포되어서인 것 같다. 국민의 상전이 아닌 봉사자로서 우리 공무원들이 느끼는 공무원증의 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자문해 본다.
대전시 교통정책을 책임져야 할 필자도 그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산적한 교통 현안의 우선순위는 사람중심 교통환경 조성과 안전에 있다. 교통약자 환경개선사업, 교통사고 위험지역 개선,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인 안전한 보행환경이 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시는 시민 안전과 편의를 위하여 공공교통과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간 통합 환승체계 구축을 위한 대전형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버스·지하철·트램 등 교통수단 간 첨단 스마트 교통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허브 역할을 담당할 대전교통공사도 설립했다.
이와 함께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조성과 공유자전거 타슈 시즌2 본격 운영, 시내버스 공영차고지 조성, 스마트 주차장 운영, 전국 최초 공공형 택시 운영 등 현안 사업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고자 한다. 더 나아가 시외버스·BRT·도시철도 등 다양한 교통수단 간 연계 및 환승이 가능한 도심권 순환도로와 간선도로망 확충으로 대전 중심 충청권 메가시티 광역교통망 확충까지 이어지면 앞으로 충청권 1시간 생활권이 가능할 전망이다. 수많은 고뇌와 난관 속에 추진되겠지만, 대전 시민들이 이 모든 것을 누릴 때를 상상하면 벌써 흐뭇해진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용하던 시 구절이 유독 생각난다. '눈 덮인 들을 걸어갈 때는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공무원의 신분으로 발을 내디딘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일하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리라. 국민의 봉사자로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소통하며 올바른 길을 만들어 나갈 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않을까? /한선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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