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사무처장 |
300MW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경제성이 없고 지난 수년간 수천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 중이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대형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소형모듈원전을 넣자는 주장은 대기오염의 피해를 입어 온 주민들에게 다시 방사능 오염이란 피해와 10만년 이상 영구 격리해야 할 핵폐기물이라는 짐을 주겠다는 말이다.
이뿐 아니라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재가동을 포함해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하고, 대형 원전 8기를 신규 건설하고 소형모듈원자로 단지를 폐쇄될 서해 석탄화력발전단지에 만들자는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 원전 산업을 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민심을 읽었는지 인수위는 '교수 개인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고 22일 주한규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특정 지역을 거론한 것은 불찰"이라며 SMR은 안정성이 충분히 검토된 뒤인 오는 2040년 무렵에나 SMR 국내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다.
충남에는 전국의 58개 석탄화력발전소 중 50%인 29기가 입지해 있고 탄소배출 제로화에 따라 2034년까지 14기를 폐쇄해야 한다. 충남 주민들은 이미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미세먼지, 분진, 송전탑, 온배수 등 피해를 수십 년간 버텨왔기에 에너지 자치와 분권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체득해 왔다. 에너지 전환의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주민의 피해를 강요하는 일방적인 에너지 계획은 지역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충남도는 2019년부터 석탄발전 폐쇄를 대비해 정의로운 전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발전소의 그늘에서 벗어나 석탄발전 폐쇄 부지의 활용과 불평등한 이가 발생하지 않고 더 안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지역사회의 더 나은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를 지역 내에서 이어가고 있다.
지역의 오랜 피해를 무시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도 없이, 지역의 에너지전환계획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으며,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윤석열 당선인이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신한울 3·4호기 신규 건설 사업 재개를 비롯한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등의 공약은 철회되어야 한다.
오는 4월 26일은 체르노빌 핵사고 36주기다. 체르노빌의 아픔을 담은 저서 <체르노빌의 목소리>에는 당시 지도자였던 고르바초프가 국민에게 "걱정 마십시오, 동무들,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냥 불이에요, 불. 걱정할 거 없습니다. 아직 거리에 사람들이 살면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고 "우리는 믿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체르노빌은 여전히 반경 30km 내 출입이 금지돼 있다.
지난 3월 초, 울진 산불이 한울원전 앞까지, 강풍을 탄 불길이 강원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인근까지 확산되는 현장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 국민에게 지금 윤석열 정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국민에게 '그냥 불이다, 걱정할 것 없다'라고 말할 것인가. 원전산업의 생태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사회, 안전한 생태계라는 것을 윤석열 당선인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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