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과학과 미신에 대한 단상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과학과 미신에 대한 단상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22-03-31 17:08
  • 신문게재 2022-04-01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천문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내일 날씨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40여 년 전이지만 천문학과 일기예보를 구분하지 못하던 때였다. 지금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신 별자리 운세나 음양오행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별자리 운세도 천문학이 아니라 점성술이다. 비록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르다. 천문학은 우주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우주 현상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점성술은 태양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천구상의 12개의 별자리를 가지고 여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천구에 있는 총 88개의 별자리 중에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에 걸쳐있는 별자리를 '황도 12궁'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각각의 별자리에 따른 특성이 정말 있을까? 별자리란 단지 우리가 지구에서 볼 때 서로 가깝게 보이는 별들을 묶어서 구역을 정해놓았을 뿐이다. 같은 별자리 내에 있는 별 중에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별도 있고 멀리 있는 별들도 있다. 가까운 별은 수 광년에도 있지만, 멀리 있는 별은 수만 광년 떨어져 있어서 상호 연관이 없다. 별자리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니, 개개인의 성격이나 운명과도 상관이 없다.

음양오행도 마찬가지다. 음양은 해와 달을 말한다. 이 둘은 매우 다르다. 해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고, 달은 지구의 위성일 뿐이다. 해는 지구보다 110배 크고, 달보다는 400배나 크다. 그리고 지구에는 달이 한 개 있지만, 화성은 2개의 달(위성)을, 목성과 토성은 수십 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 달이 한 개만 있는 것은 지구만의 특별한 경우다. 또한 우주에는 두 별이 서로 중력으로 묶여있는 쌍성도 많다. 해가 하나인 것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즉 음양은 인간이 만든 관념일 뿐이지, 실제 해와 달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행은 어떠한가? 오행은 다섯 개의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말한다. 행동한다는 의미로 '행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별과 달리 특별하게 취급했다. 이들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리고 태양계의 행성에는 이 다섯 개뿐만 아니라 천왕성과 해왕성도 있다. 다섯 개의 행성은 그 이름만 똑같이 붙였을 뿐으로, 음양오행의 관념과는 무관한 것이다.

2000년 5월에 이들 행성이 한 줄로 늘어선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세계의 종말이 왔다고 호들갑 떨었던 소위 예언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구를 포함해서 이들 6개 행성의 질량을 모두 합해도 태양 질량의 1/1000밖에 되지 않는다. 중력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 정도 무게로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행성이 서로 다른 주기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다가 우연히 한 줄에 배치됐던 것일 뿐이다.

미신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고, 이 결론들이 모여 미신이 된다. 과거에는 유성이 떨어지면 큰 인물이 타계했다고 생각했다. 현재 우리는 유성(별똥)이 소행성이나 혜성에서 떨어져나온 모래알, 또는 우주에서 떠도는 물체가 지구 대기와의 마찰열에 의해 타는 현상임을 안다. 별똥을 보며 누군가의 죽음과 연관 짓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잘못된 인식이 한번 각인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현상을 제대로 보고 사실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편견을 없애고 제대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 길든 우리는 논리적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지식을 머릿속에 채우기만 했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과학은 논리적 사고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과학은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그 성질이나 원인을 밝혀내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이 들어맞는지 실험을 해 검증하는 것이다. 과학을 통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배양해 미신과 미망의 함정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2.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