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건립 예정인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대전광역시) |
허구연 총재는 2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대전 야구장 신축 관련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강경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연고구단인 한화이글스)구단에 갑질을 하면서 소중함을 모른다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라며 "(한화이글스)구단이 떠나면 팬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정치인들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 총재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총재의 강성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취임 이전인 지난달 28일 개인 유튜브를 통해 대전 야구장 건립 논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3년간 무엇을 했기에 착공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논쟁은 정치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허 총재는 대전 신축야구장 건립에 대한 자문을 비롯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허 총재의 발언을 두고 국내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야구 팬들은 허 총재의 발언이 망언에 가깝다고 성토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팬 타임즈에는 허 총재의 발언에 "이런 모욕이 없다. 대전이 아니면 (한화가)어디로 가야 하는가? 야구장이 먼저냐, 팬이 먼저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국내 최대 야구커뮤니티인 '엠엘비파크'에서도 "허 총재의 발언이 공감가는 부분은 있지만, 연고 이전은 선을 넘었다. 지역민들이 목소리를 확실히 내야 한다"는 의견이 게시됐다.
허 총재의 발언은 한화이글스의 연고 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허 총장이 실제로 연고 이전을 추진하기보다는 지지부진한 야구장 신축과 정치 쟁점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경고라는 것이 지역 체육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일부에선 연고 이전은 총재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허 총재의 발언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쟁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며 "연고 이전은 쉽게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신임 총재의 취임사에서 저런 발언이 나오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이글스가 대전에서 빠져나간다면 한화가 뿌리내린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더 이상의 논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대전시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견해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허 총재의 발언 후 가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 총재는 그간 야구장 건립에 많은 공을 들여오신 분인데 정치권에서 쟁점화하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이글스가 대전 연고지를 떠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허구연 총재는 "내달 10일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을 만나 신축 야구장 건립 문제에 대한 향후 계획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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