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뒤안길로 잊혀진 ‘증약터널’...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신청 논의 주목

  • 문화
  • 문화 일반

역사 뒤안길로 잊혀진 ‘증약터널’...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신청 논의 주목

대전시등록문화재 검토 중 국가등록 가치 조명돼
문화재청 신청 위한 용역예산 2차추경 반영 계획
문화계 “원형보존 등 철도근대문화유산 가치 높아”

  • 승인 2022-03-27 18:26
  • 수정 2022-03-27 18:28
  • 신문게재 2022-03-28 2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증약터널항공사진
증약터널의 제1·2·3터널 항공사진 <사진출처=대전대 이희준 교수의 '증약터널 및 하야시 곤스케의 액석에 관한 연구'논문(2014)>
대전의 대표적인 철도문화유산인 '증약터널'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신청 논의가 알려지면서 지역문화계가 반색하고 있다.

문화계는 경부선철도 구간에서 가장 오래된 터널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클뿐더러, 증약터널과 액석(額石)이 구조와 형태 등 원형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하고 있어 당시 역사와 건축, 철도기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유산으로 보고 있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1904년 당시 경부선철도 구간 중 가장 오래된 증약터널 3개 구간과 액석(額石)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신청 결정에 따라 연구용역 예산 확보를 위한 시 추경 반영을 검토 중이다.

시는 2021년 초 대전시 등록문화재 제도시행 이후 중구 중촌동의 '옛 대전형무소 우물'을 첫 시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데 이어, 증약터널의 시 등록 지정을 검토하던 중 국가적 보존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비교적 단순한 등록문화재 지정 절차와 달리 국가등록을 위한 문화재청 신청 절차로 연구용역에 따른 결과보고서 완료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터널의 규모가 큰 만큼 조사 기간도 길고, 실측·지적조사·소유주와 토지이용 현황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구간은 땅속에 묻혀있어 실질적인 고증 수반을 위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905년 경부선철도 개통 당시 대전역과 부산방면의 증약역 사이에 부설된 '증약터널'은 제1~제3까지 총 3개의 철도터널로 구성돼 있다. 1904년 11월 제1증약터널 완공에 이어 1905년 초 제2·제3증약터널이 완공됐으며, 1919년 곡선 구간의 직선형 개량공사로 폐쇄된 채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로 남았다.

액석
'악신경분(嶽神驚奔)'이라는 음각이 새겨진 액석(額石) <사진출처=대전대 이희준 교수의 '증약터널 및 하야시 곤스케의 액석에 관한 연구'논문(2014)>
액석(額石)은 제1터널의 서쪽 입구 중앙 상부에 글씨를 쓴 돌판으로 당시 주한공사였던 하야시 곤스케가 휘호했다. 터널 벽면에 글씨를 쓰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음각을 새겨넣은 돌을 부착했다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있으며, 글씨를 쓴 사람 역시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다. '산신이 놀라 도망가라'는 뜻의 '악신경분(嶽神驚奔)'이라는 액석 문구는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신성한 산에 터널을 뚫는 공사를 두려워하자 일제가 강제로 노역을 시키며 우리 선조들의 민간신앙과 문화를 조롱한 문구다.

문화계는 증약터널과 액석이 철도의 도시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계기로 전국적인 주목도가 조성된다며 반색하고 있다.

철도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철도문화유산'일뿐만 아니라 일제가 한국철도를 장악하기 위해 한국인들의 신앙과 문화, 인권을 짓밟으며 경부선철도 부설을 강행했던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라는 분석이다.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신청 논의로 증약터널의 전국적인 주목도 조성될 것으로 본다"며 "일제강점기의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이를 보존하고 재조명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후대의 객관적인 판단 여지를 남겨두고, 교훈으로 삼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2.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3.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4.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의회승인' 쟁점될까
  5. [사설] 충남 산업 패러다임 바꿀 '수소 허브'
  1. 백일해 발생신고 증가 추세… 대전충남 2000여건
  2. 건양사이버대 이진경 교수 K-MOOC 특강·컨퍼런스
  3. 1기 신도시 재건축 본격화…주민동의율, 공공기여 등 핵심
  4. 지천댐부터 충남-대전 행정통합까지… 충남도의회 제356회 정례회 도정 및 교육행정 질문
  5. [신동렬 변호사의 경매 첫걸음] 배당에 대한 이의 ④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