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첫 번째 화두는 '항공우주청이 왜 필요한가'이다. 그 대답은 바로 시대의 요구라는 것이다. 항공우주분야는 전에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항공분야를 보면 여객과 화물 운송, 항공기 제작 등 이미 경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 기존에 있는 공항 간 이동을 넘어서서 집과 직장을 쉽게 드나드는 개인용 항공모빌리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즉 개인 자동차 교통체제가 기존의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R&D, 제작, 교통체계, 안전 등이 모두 새로 짜여져야 한다. 다음으로 우주분야는 과학적 탐구의 영역에서 안보, 정보, 교통, 활용, 경제, 자원, 에너지 등 인류생활 전반적인 영역으로 관련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담당부처나 기관의 관점에서 보면 과기부, 국방부, 산업부, 국토부, 행안부, 기상청, 농림부, 해수부, 외교부, 항우연, 천문연, ADD 등 다양한 부처 및 기관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부처별로 항공우주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각각 두는 것보다는 통합적인 조정과 효율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하도록 항공우주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 화두는 '항공우주청은 어떤 업무가 강조돼야 하는지'다. 크게 두 가지로 대답할 수 있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부처와 기관들이 관여하고 있는 항공우주분야의 수요를 조정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중복을 방지하는 것이다. 즉 컨트롤타워로서 우주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전략 수립인데 부처나 기관 차원에서 각각의 역할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국가 총합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접근이다. 항공우주청은 이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항공우주청이 항공분야와 우주분야의 우리나라의 미래상을 구상하고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설정된 방향성을 기반으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도출해 R&D 정책과 예산 수립, 관련 산업체의 역량분석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산업화정책, 항공·우주영역의 보호를 위한 안보정책, 안전을 위한 교통정책, 항공·우주자산의 활용정책, 항공우주분야에서의 국제적인 위상 제고를 위한 국제협력정책·외교정책 등 다양한 하위 정책들과 매끄러운 연계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위한 항공우주청이 설립되게 되면 그다음은 세 번째 화두인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먼저 예산문제다. 항공우주는 막대한 예산이 들고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그 성과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예산확보를 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다. 항공우주분야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기술·핵심기술·미확보기술에 대한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R&D의 관점이 아니라 기술, 안보, 경제, 활용 등 국가 총체적인 관점에서의 예산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업문제이다. 산업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산업체에 계약의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아직 산업경쟁력이 미약한 분야는 항우연과 같은 공공기관이 R&D사업의 형태로 산업체 육성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현재의 사업구조를 보면 적은 예산을 산업체에 R&D사업으로 주는 형태이다 보니 산업체에 매력적으로 와닿지 못한다. 우리는 인류의 영역이 하늘과 우주로 확장되는 새로운 시대를 직면하고 있다. 항공우주청을 통해 우리나라가 항공우주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초일류 선도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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