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문화人] 이나래 피아니스트 "경쟁보다 중요한 건 행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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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in, 문화人] 이나래 피아니스트 "경쟁보다 중요한 건 행복이에요"

대회 수상 휩쓸고 EDM 작곡까지…
과도한 연습으로 새끼손가락 '부상'
"클래식계, 인맥 아닌 공정한 기회 제공해야"

  • 승인 2022-03-31 15:34
  • 수정 2022-05-07 21:24
  • 신문게재 2022-04-01 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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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피아니스트. 이나래씨 제공.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새끼손가락 힘줄이 다쳤어요" 피아니스트 이나래씨는 손을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자세히 보니 새끼손가락 하나가 축 처져 있었다. 2016년 새끼손가락을 다쳤지만 2017년엔 수술을 받아 회복할 수 있었다. 손가락을 다친 후로 피아노를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피아노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깨닫고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저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요. 피아노는 저에게 행복이에요."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휩쓴 그는 비교와 경쟁이 심한 클래식계에서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해맑게 말했다. 누구의 제자인지, 어느 콩쿠르에서 몇 등을 했는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심지어 연습을 몇 시간 했는지까지 비교하는 게 이쪽 분야라고 털어놓았다. "교수님이 잔소리해도 제가 딱 하고 싶은 만큼만 연습했어요. 남들 눈치 같은 건 안 봤어요.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피아노를 치게 된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비결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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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피아니스트. 이나래씨 제공.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영국에서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각종 대회에 나가면 항상 입상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회도 '즐기면서' 나갔다. 이후 오케스트라 협연 기회도 꾸준히 들어왔다. 관객과 피아노 이야기를 하는 토크 공연으로 처음 시작했다. 독주회는 2017년, 당시 나이론 10대 시절 처음 열었다. 런던에서 피아노 석사를 졸업할 때쯤 코로나로 대전 부모님 집에 들어왔고 2022년 2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귀국 독주회를 열었다. 대학원 이후의 첫 발걸음으로 그에겐 뜻깊은 공연이었다. 내년 10월에는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피아노 협연도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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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피아니스트. 이나래씨 제공.
그는 청년 예술인이 활성화되기 위해 블라인드 평가 등 공정한 기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누구 교수님의 제자라는 식의 인맥으로 일부 예술인들이 기회를 차지하거든요. 인맥이 없지만 실력이 있는 예술가들에게도 기회가 많아져야 해요. 클래식이 전문가의 전유물이 되는 게 싫어요" 이어 지방 대회의 품격도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대회를 유치할 때 지자체에서 입상자에게 제대로 된 혜택을 줘야 그 대회의 품격이 올라가요. 그래야 피아니스트 경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죠"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꿈을 이루니 '허탈하다'라고 고백했다. "막상 꿈을 이루니 허탈해요. 앞으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피아노뿐만 아니라 공연기획·강의·EDM 작곡에도 관심이 많다. "클래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재미있고 자유로운 연주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어요." 대학교 강사로서의 진로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엔 새끼 손가락 부상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도 작용했다. "새끼 손가락 부상으로 앞으로 피아니스트로선 승산이 없을 것 같아요. 다시 돌아오는 데 한계가 있어요" 클래식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전자음악에도 열정을 보였다. 동요 '학교종이 땡땡땡'을 EDM으로 변형해 학교폭력 피해자의 슬픔과 가해자의 잘못을 풍자하는 음악과 EDM 미니앨범 '싸이코로이모'도 준비 중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 독립도 다짐했다.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셔서 지금까지 피아노를 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죠. 그런데 한편으론 그게 한이에요. 이젠 빨리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요."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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