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즈벡 출신 김나타리야씨 “한국에 와 새로운 꿈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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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즈벡 출신 김나타리야씨 “한국에 와 새로운 꿈 찾았죠”

마을살림공작소에서 업사이클링 제품 수업… 커피 찌꺼기와 양말목 등 폐기물 활용
결혼이주여성의 사회 쳠여와 경제활동 위한 관심과 지원 필요

  • 승인 2022-03-23 10:44
  • 수정 2022-03-23 10:58
  • 신문게재 2022-03-24 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2021년 국내 다문화 혼인 건수가 1만 6177건에 달하는 가운데 대전도 결혼이주여성이 늘고 있는 추세다. 다문화 여성들이 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할 수 있도록 다문화 여성들의 사회경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인 김나타리야(47) 씨는 대전의 '마을살림공작소'라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며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재활용(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며 지역주민들과 학생,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동구청이 운영하는 다문화 여성 대상 공방에서 처음 활동하게 된 그는 현재 운영 중인 마을살림공작소 대표를 만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자체의 지원과 사회적 기업 제도는 그가 지역에 정착해 사회활동을 하는 데 있어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지역에서 업사이클링 수업을 하고 있는 김 씨를 만나 현재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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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타리야씨 모습
김 씨는 주로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커피 찌꺼기로 점토를 만들어 공예품이나 접시, 컵, 화분 등을 제작한다. 한해 커피 찌꺼기 처리 비용이 35억이 든다는 사실에 어떻게 재사용을 할지 고민하다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체험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커피 찌꺼기 점토로 손쉽게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키트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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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꺼기로 만든 그릇과 컵
양말목으로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공장에서 폐기되는 양말목을 이용해 바구니와 가방, 컵받침으로 재탄생시킨다. 김 씨는 "흔히 양말목이라고 생각하면 냄새나는 양말을 떠올리는데 공장에서 양말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이라 배출되는 양이 상당하다"며 "요즘에는 양말목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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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거기로 만든 공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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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목으로 만든 가방
이런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지역 내 학교 학생들과 마을살림공작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만큼 수업에서 일회용품은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김 씨는 "업사이클링 수업을 하면서 일회용 장갑과 일회용 컵, 물티슈 등을 사용하면 20분 동안 학생들에게 가르친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며 "업사이클링 제품을 다 만들고 포장을 할 때도 우유 곽을 이용해 포장해서 갖고 가도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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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목으로 만든 냄비 받침대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후손인 김 씨는 16년 전 먼저 정착한 친언니를 따라 한국에 왔다. 김 씨에게 한국은 낯선 타국이기도 했지만 고향같은 곳이었다. 한국에서 건너온 1988년도 달력 사진을 보며 김 씨는 한국에 대한 동경심과 호기심을 갖게 됐다. 김 씨의 아버지는 한 번이라도 고향에 갈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자주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우즈벡에서 살면서 차별받았던 아픔이 있었다"며 "한국인이지만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고 우즈벡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쓰는 언어가 달라져 힘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성인이 돼서 내 자식만이라도 한국에서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김 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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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살림공작소에 전시된 커피찌꺼기로 만든 공예품를 설명하는 김 씨 모습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 씨는 병원이나 경찰서에서 러시아 통역사 역할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다문화여성지원센터의 소개로 동구청이 운영하는 다문화마을 공방에 들어오게 됐고 이곳에 지금의 마을살림공작소 대표가 사회적 협동조합을 차리면서 김 씨 역시 같이 활동하게 됐다. 마을살림공작소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고 관련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김 씨는 환경문제에 더욱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그 전에는 심각성은 알았지만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정도는 아니었다"며 "예전에는 플라스틱도 내용물이 있는 채로 그대로 버렸다면 요즘에는 깨끗이 씻어서 버리는 습관을 들였다. 아이들도 실천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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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제품 수업 모습 (사진=김나타리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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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목으로 가방을 만드는 학생 모습 (사진=김나타리야씨 제공)
김 씨처럼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는 다문화 여성들도 있는 반면 아직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언어소통과 집안 살림 병행 문제로 사회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김 씨는 "특히 언어 문제로 결혼 이주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문화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위해선 "지자체에서 다문화 여성 혹은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하지만 다문화 가정끼리만 모여서 진행하는 게 대다수라 한국인들과 함께 어울려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해 보인다"며 "한국사회 적응을 통해 다문화 여성들도 자신감을 가져야 하지만 사회활동을 원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마을살림공작소에서의 활동을 통해 또 다른 꿈을 꾸게 됐다. 그는 "여기서 일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문뜩 떠오른다"며 "큰딸이 제빵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중에 딸과 카페를 운영할까, 아니면 아이들에게 세계문화를 재밌게 연극식으로 가르쳐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운영할까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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