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부장 |
미국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및 중국 참전 우려, 러시아 디폴트 위기, 인플레이션에서 촉발된 기업 마진 하락 우려, 경기 둔화 우려 등등.
지난주 초, 중국이 러시아 쪽의 지원을 미루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지원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미국이 러시아의 살길을 열어줘도 러시아가 이를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돌며 투심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최근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 회의와 러시아의 기술적 디폴트 여부 결정이 맞물려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변동성 확대는 비중 확대 기회라는 시각은 유지하지만 코스피 2600선 위에서는 아직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 불리는 애널리스트 조차도 답이 안 보이는 구간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많은 우려를 주가에 반영했고, 투자자들은 걱정 속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좋은 종목을 사야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바닥을 알 수 없고 언제 오르고 더 빠질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도 존재한다. 다만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지금과 같은 불확실함과 우려로 전문가들마저 해답을 내놓지 못할 때 팔 사람들은 이미 많이 팔았다는 얘기다.
또 모든 우려는 이미 반영됐다. 주가가 최악을 반영하면 그때부터 모든 불확실성과 악재들은 과거의 일이고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 이후에는 앞만 보며 달리는 게 주가의 습성이니 지금은 매크로를 멀리하고 종목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난주 코스피와 코스닥은 여러 악재와 투심이 안 좋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반등을 보여줬다.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약 10%대의 강한 반등을 보였다. 이렇듯 앞이 깜깜한 상황과 비관론자들의 말에 힘이 생기는 구간은 좋은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의 장이며 그 기회에 따른 승률도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매크로 악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3월 FOMC에서 0.25% 금리 인상은 긴축 우려를 완화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파월의 코멘트는 경기보다는 물가통제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올해 중순 이후의 빅 이벤트인 주식 양도세 폐지 여부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으며, 여러 가지 해결되지 못한 채 시장에 흡수되거나 기 반영돼 가고 있는 악재들 또한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민하기에는 시장엔 여전히 저평가된 주식들이 많다. 회사가 현재의 불확실성과 무관하게 장사를 잘하고 있음에도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회피성 매도세가 나오고 종목들의 저평가가 확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시기엔 종목에 집중해야지 매크로 지표에 같이 심리가 휩쓸리면 투자는 필패한다. 오히려 기회를 봐야 하는 구간에 '매도' 라는 행위를 통해 백기투항을 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지금은 종목에 집중해야 할 때다. 내년에 영업이익이 50%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체질까지 바뀌는 회사가 있고 멀티플은 당연히 올라 갈 텐데 현재 10배에 멈춰있는 회사, 또는 멀티플이 4배 미만이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판가에 전가가 가능한 회사거나 원가와 무관하게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 또는 단순히 현재 멀티플이 5배도 안 되는 회사.
총 3가지의 기준만을 놓고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를 시작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가장 공포스러웠던 구간에서 받아내지 못했다면 늦게나마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은 숲보다는 나무를 봐야 할 때다. /교보증권 대전지점 정철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