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뉴스디지털부 기자 |
밴드웨건 효과는 서커스나 퍼레이드 선두에서 관심을 끄는 마차처럼 우세한 후보 쪽으로 유권자의 표가 집중되는 현상이다. 반면, 언더독 효과는 1948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는데, 스포츠나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거의 없는 팀이나 선수를 지칭하는 용어다. 실제로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4번이나 승자를 예측하며 높은 신뢰도를 얻은 AI기반 프로그램이 트럼프 당선을 점쳤지만, 바이든이 당선됐다.
#2.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와 SKY 채널에서 동시 방영한 '잠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에서 착안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잠적은 배우 김희애의 제주도 힐링라이프로 포문을 열었다. 편안한 복장과 운동화, 화장기 없는 자연스러운 그녀의 모습은 제주도와의 찰떡 조합을 끌어냈다. 홀로 거친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뱀 나올 것 같다"며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라면을 끓이는 등 제주의 대자연 속으로 완벽하게 스며들어 시청자들에게 잔잔하지만 따뜻하고, 평온한 치유의 마법을 선사했다.
앞서 선거의 여론조사나 연예인의 실상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假想)은 실재를 결정한다'는 공식을 반조해본다. 불문학자이자 저술자인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가 쓴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에서 작가는, 선거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성향을 미리 정해놓으면 유권자는 본 선거에서 그 시뮬레이션을 충실하게 따른다고 규정했다. 모의 선거에 불과한 여론조사가 선거의 부속적 기능을 넘어 선거에 선행하고, 그 선거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 기관을 장악한 세력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근거와 일맥상통한다.
유명 여배우의 일상을 통해 고립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를 도모한 예능프로 역시 실재와 가상의 간극은 존재한다. '가졌지만 갖지 않은 척하기'의 반대 개념인 시뮬라크르(Similacre)는 실재를 참조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서 마치 뒤에 '실재가 있는 척'을 통해 실재를 결정짓도록 유도한다. 참과 거짓, 실재와 상상의 차이는 이때부터 더는 의미를 상실한다.
우리는 실재보다 '가상(假想)'에 열광하고 집중한다. 진짜에 대해서는 알려고 들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은 시뮬라시옹(simulation)일 뿐 결코 실재가 아니다. 결국, 실재는 모른 채 가상에 속기를 반복한다. 내일 우리를 열광하게 할 가상은 무엇일지 오늘 궁금해진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