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
친구를 사귀기 위해 쓰는 노력에 비하면, 딱히 돌아오는 경제적 이득은 없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된 환경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비용만 드는 '친구 맺기'는 다소 퇴행적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친구에 울고불고,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쓴다. 친구가 없는 인간은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고독감을 느끼는데, 이 고독감은 매우 위험하다. 우울증은 물론이고 신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홀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은 각 질병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자신이 취약해지지 않으려고 몸과 마음을 다해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그러면 '친구 맺기'가 훨씬 간편해진 온라인 시대에, 인간은 더욱 건강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 '팔로우'로 단 1초 만에 친구가 되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관계를 유지하는 행동은 경제적일 수는 있으나, 친구와 진정한 우정이 가져다주는 효용을 누릴 수는 없다.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마음을 다하는 관계만이 우정을 느끼게 하고 고독감을 줄여준다. '친구 맺기'에서 디지털미디어가 하는 일은 우정이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속도를 늦춰 줄 뿐이다. 우정이 계속되려면 때때로 친구를 만나는 일이 절대 필요하다. 상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표정에서 나오는 감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인간을 고독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많은 이들이 매년 하는 새해 결심 중 하나가 독서다. 일단 헬스장에 가야 체계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너무 부담감을 느끼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든 책과 가까이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개권유익(開卷有益), '책을 펴서 읽으면 반드시 이로움이 있다.'라는 말이다. 항상 머리로는 되는데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책을 펴서 읽다가 포기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책이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을 위한 독서 팁은 무엇이 있는지 따져봤다.
우선,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한다. 내겐 완독할 시간도, 여유도, 인내도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분량이 많은 '벽돌 책'은 무조건 피하게 된다. 넷플릭스를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끄는 것처럼, 책도 언제든 덮을 수 있는 콘텐츠 아닌가. 읽을 수 있을 만큼 읽어야 흥미를 돋울 수 있다. 서점에 가서 10분 정도 책을 읽어보고 마음이 끌리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덮거나 다른 책을 찾자. 책을 펴면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가 없다. 나는 목차를 보고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부분을 읽고 난 뒤, 나머지 부분을 골라 읽는 편이다. 물론 배경을 천천히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 역사 서적이나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는 소설에서는 앞부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읽다가 재미가 없어 포기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또한, 책에서 억지로 교훈이나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자. 우리는 책을 읽으며 작가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찾는다. 책의 의미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 자신의 독서가 잘못된 건지 의심도 한다. 그러나 이는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생긴 이상한 습관일지도 모른다. 어떤 책은 의미보다 재미가 우선이다. 읽고 나서 좋았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어린이가 동화를 재밌어서 읽는 거지 교훈을 찾으려고 읽진 않는다. 누군가는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는 건 잘못됐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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