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박효관의 시조가 떠오르면서 반포보은(反哺報恩) 고사가 생각났다.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 박효관 -
( 누구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고 하던가. 그 효도하는 것이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까마귀만도 못함(불효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
반포보은(反哺報恩) 고사 내용을 요역하면 다음과 같다.
까마귀 어미가 둥지에 알을 낳고 20일간 품어서 새끼가 부화되면 엄마까마귀, 아빠까마귀가 산과 들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벌레를 잡고 물어다가 새끼까마귀들을 열심히 키운다. 어미 두 마리의 힘겨운 정성과 사랑 덕분에 새끼들이 다 자라게 되면 어미 두 마리는 이미 늙고 무기력하여 잘 날지도 못하고 먹이 사냥을 나갈 수 없게 된다. 그 때에는 새끼들이 저희들 어렸을 때를 생각하여 엄마까마귀, 아빠까마귀를 둥지에 앉혀 놓고 새끼까마귀들이 벌레를 잡아다 어미를 부양하는, 효도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안국선의 < 금수회의록 >을 보게 되면, 지상에 있는 온갖 동물들(날짐승, 길짐승들)이 모여 회합을 갖고 연설을 한다. 각자 한 마디씩 하는 얘기가 인간의 타락상을 비판하고 헐뜯는 말들이다. 여기에서 까마귀가 한 마디 하게 된다. 자신들 까마귀도 부모한테 효도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은 불효한다는 풍자의 말을 하는 것이다. 정문일침(頂門一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연유에서 까마귀를 효도하는 새라 해서 효조(孝鳥), 자조(慈鳥), 반포조(反哺鳥)라고도 한다.
실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로서 가슴에 새겨야 할 금과옥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효성으로 부모님을 마음 편하게, 외롭지 않게, 잘 모시는 효자 효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는 자식들의 냉혈 가슴으로 부모님들을 눈물나게, 한숨 쉬게 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니, 사람 닮은 짐승같이 고약한 냄새 풍기며 구설수에 오르는 나리도 있으니,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람냄새 풍겨야 살아야 할 사람이, 가슴 없는 기계기 되어 사는 일은 없어야겠다..
자식으로 살아야지 냉혈동물로 살지는 말아야겠다. 즐겁게 보내야 할 추석명절, 설명절에도 부모님들 눈물나게 자식들도 종종 있으니, 차라리 지구촌 얘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필경 추석명절, 설명절만이라도 집집마다 부모 자식들의 얼크러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면 좋겠다.
히히, 호호, 하하, 너털웃음의 장(場)으로 너와 내가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효도하는 까마귀와, 불효하는 사람의 위상이 뒤바뀌었으면 좋겠다.
영순네 철식이네 아래윗집에서도 온정과 효심, 사랑이 조화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이웃집 삼식이네, 갑순네 집에서도, 청국장 끓이는 소리에 부모님 챙기는 소리, 손주 사랑하는 '우리 예쁜 강아지'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반포보은(反哺報恩)하는 마음이 똘순이네 집에서도, 똘똘이네 집에서도, 따뜻한 가슴이 되어 환한 카네이션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아니, 음수사원(飮水思源)하는 마음이 감사하는 마음의 꽃으로 피어나, 활짝 웃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까마귀가 검고 흉타 해서 반포보은(反哺報恩)까지 백안시(白眼視)되는 세상이 돼서는 아니 되겠다.
반포보은(反哺報恩)!
이 말을 천연기념물로 모시는 사람이 아닌, 실천하는 아사달 사람이어야겠다.
제발, 까마귀 고사가 사람의 실제 얘기가 될 수 있게 하소서.
반포보은(反哺報恩)이 우리가 하루 세 끼 먹는 식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소서.
반포보은이 까마귀 얘기가 아닌, 사람 얘기가 되게 하소서.
남상선 /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수필가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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