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반포보은이 사람 얘기가 되게 하소서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반포보은이 사람 얘기가 되게 하소서

남상선 /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수필가

  • 승인 2022-03-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국효문화진흥원 전시실 안내를 하는데, 까마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박효관의 시조가 떠오르면서 반포보은(反哺報恩) 고사가 생각났다.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 박효관 -

( 누구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고 하던가. 그 효도하는 것이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까마귀만도 못함(불효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

반포보은(反哺報恩) 고사 내용을 요역하면 다음과 같다.

까마귀 어미가 둥지에 알을 낳고 20일간 품어서 새끼가 부화되면 엄마까마귀, 아빠까마귀가 산과 들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벌레를 잡고 물어다가 새끼까마귀들을 열심히 키운다. 어미 두 마리의 힘겨운 정성과 사랑 덕분에 새끼들이 다 자라게 되면 어미 두 마리는 이미 늙고 무기력하여 잘 날지도 못하고 먹이 사냥을 나갈 수 없게 된다. 그 때에는 새끼들이 저희들 어렸을 때를 생각하여 엄마까마귀, 아빠까마귀를 둥지에 앉혀 놓고 새끼까마귀들이 벌레를 잡아다 어미를 부양하는, 효도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안국선의 < 금수회의록 >을 보게 되면, 지상에 있는 온갖 동물들(날짐승, 길짐승들)이 모여 회합을 갖고 연설을 한다. 각자 한 마디씩 하는 얘기가 인간의 타락상을 비판하고 헐뜯는 말들이다. 여기에서 까마귀가 한 마디 하게 된다. 자신들 까마귀도 부모한테 효도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은 불효한다는 풍자의 말을 하는 것이다. 정문일침(頂門一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연유에서 까마귀를 효도하는 새라 해서 효조(孝鳥), 자조(慈鳥), 반포조(反哺鳥)라고도 한다.

실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로서 가슴에 새겨야 할 금과옥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효성으로 부모님을 마음 편하게, 외롭지 않게, 잘 모시는 효자 효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는 자식들의 냉혈 가슴으로 부모님들을 눈물나게, 한숨 쉬게 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니, 사람 닮은 짐승같이 고약한 냄새 풍기며 구설수에 오르는 나리도 있으니,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람냄새 풍겨야 살아야 할 사람이, 가슴 없는 기계기 되어 사는 일은 없어야겠다..

자식으로 살아야지 냉혈동물로 살지는 말아야겠다. 즐겁게 보내야 할 추석명절, 설명절에도 부모님들 눈물나게 자식들도 종종 있으니, 차라리 지구촌 얘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필경 추석명절, 설명절만이라도 집집마다 부모 자식들의 얼크러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면 좋겠다.

히히, 호호, 하하, 너털웃음의 장(場)으로 너와 내가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효도하는 까마귀와, 불효하는 사람의 위상이 뒤바뀌었으면 좋겠다.

영순네 철식이네 아래윗집에서도 온정과 효심, 사랑이 조화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이웃집 삼식이네, 갑순네 집에서도, 청국장 끓이는 소리에 부모님 챙기는 소리, 손주 사랑하는 '우리 예쁜 강아지'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반포보은(反哺報恩)하는 마음이 똘순이네 집에서도, 똘똘이네 집에서도, 따뜻한 가슴이 되어 환한 카네이션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아니, 음수사원(飮水思源)하는 마음이 감사하는 마음의 꽃으로 피어나, 활짝 웃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까마귀가 검고 흉타 해서 반포보은(反哺報恩)까지 백안시(白眼視)되는 세상이 돼서는 아니 되겠다.

반포보은(反哺報恩)!

이 말을 천연기념물로 모시는 사람이 아닌, 실천하는 아사달 사람이어야겠다.

제발, 까마귀 고사가 사람의 실제 얘기가 될 수 있게 하소서.

반포보은(反哺報恩)이 우리가 하루 세 끼 먹는 식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소서.

반포보은이 까마귀 얘기가 아닌, 사람 얘기가 되게 하소서.

남상선 /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수필가

남상선
남상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3.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