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이티이지뱅크 |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재현되나=민주당 정권 5년 만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패권이 넘어가면서 과거 '이명박근혜' 정부를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제시한 문화공약에 당시 문화계 내 큰 파문을 일으킨 '블랙리스트' 관련 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것을 두고 문화예술계의 비판이 거세다.
2018년 박근혜 정부 시절 거론된 블랙리스트가 문학과 공연, 미술, 영화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일어난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당시 이응노미술관장이던 이지호 관장이 포함된 사건을 두고 그때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문체부도 거듭 사과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이지호 관장이 과거 동백림사건에 연루된 이응노 작가를 위한 재단을 운영했다는 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였다. 그로인해 프랑스 세루누치 박물관에서 열린 '프랑스의 한국작가들' 전시 명칭에 '이응노'의 이름이 삭제되고, 이지호 관장의 출장비 지원이 철회되기도 했다. 당초 '이응노에서 이우환 랑스의 한국작가들' 전시 명칭은 '서울-파리-서울 프랑스의 한국작가들'로 변경됐고, 수행단체도 이응노미술관이 아닌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으로 변경, 이응노 이름이 없는 명칭으로 사용됐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위원은 지난달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 문화공약에 블랙리스트 내용이 없을 것을 예상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정확한 조건을 생각해야 하며, 그에 대해 국민의힘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관련자들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고, 개입에 따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랜 진통 끝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지만, 명확한 재발 방지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예술인들 스스로 자기검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의 문화계 인사는 "다루고자 하는 작품마다 자기검열을 예술인들 스스로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관련 재발방지책 마련이 수반되지 않는 한 문화의 가장 큰 가치인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선 앞두고 문화정책 '올스톱'=대선에 이어 6.1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문화예술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대전시립극단·오페라단 창단이 민선 7기 내 설립이 무산됐다. 2021년 초부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부결이 거듭된 데 이어 올해 3월 15일 열린 제8대 대전시의회 마지막 회기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시립극단과 오페라단을 창단과 관련 허태정 대전시장은 2018년 10월 정책브리핑을 통해 시립극단은 올해 12억 원을 시작으로 2~5년 차까지 10억 원씩 총 52억 원을, 시립오페라단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13억 원씩 총 65억 원을 투입할 것을 약속했다. 앞서 시장 후보 시절에는 문화예술 예산을 2.1%에서 5%까지 확대하는 등 대전을 문화 융성도시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역 문화계는 허 시장 임기 막바지인 1년을 남겨두고 예술단 활성화 정책이 급하게 논의되면서 졸속 추진인 데다, 문화예술계 내부에서의 이견조율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시립극단의 경우 공감대가 형성돼가는 단계라는 대전시의 입장과 달리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할뿐더러, 차기 정권의 정치성향에 따라 변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선 8기로 이양된다 하더라도 내부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숙제로 남는다. 또 대전시립예술단 활성화 연구용역이 짧아도 6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고, 그마저도 아예 백지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환기' 맞은 지역의 공공문화기관들=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대전시 산하 공공 문화기관들의 향후 움직임에 변수가 생길 전망이다.
대선정국이 끝나자마자 지역 단체장에 도전하는 인사들이 선거 행보에 가속을 내는 가운데 과거 선거 공신이나 지근거리의 정치적 인사들이 임명되는 사례가 관측되면서 허태정 대전시장의 재선 여부에 따른 변화 국면에 관심이 쏠린다.
이응노미술관과 대전예술의전당은 올해 10주년과 내년 20주년을 맞으면서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관측이다.
개관 20주년을 앞둔 대전예술의전당은 2021년 4월 홍선희 관장 취임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제2예당인 '음악전용홀' 건립 이슈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공 공연장의 역할 등 대전예당만의 브랜드 구축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2019년 1월 관장 취임에 이어 2021년 초 일찌감치 연임이 결정됐다. 2019년 취임과 동시에 '공감미술'을 운영방향으로 잡고 소통을 주제로 한 전시를 진행해 대전시립미술관은 지난해 퓰리처 사진전을 특별기획으로 선보이면서 과도한 예산집행과 기획력 등 구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전문화재단은 2020년 10월 심규익 대표 취임과 동시에 조직 쇄신 의지를 내비쳤지만,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심 대표는 취임 이후 잦은 인사로 인한 부당인사 논란과 함께 업무 연계성 저하 등 내부 조직 정상화가 숙제로 남았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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