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작가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보문미술대전'이 10여 년 가까이 자치단체 지원 없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통과 역사성을 지닌 지역의 대표 미술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16회 보문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공효 씨의 '자연의 바람' 작품.<출처=연합뉴스> |
2015년 이후 중단된 자치구 예산이 8년이 지났음에도 복원되지 못하면서 미술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할뿐더러, 등용 작가들의 탄생처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공적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5일 대전 중구청과 지역미술계 등에 따르면,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보문미술대전은 실력 있는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전국 규모의 미술 경연대회로 대전 중구문화원의 대표 행사 중 하나다. 한국화를 비롯해 양화, 수채화, 판화·디자인, 조소·공예, 서예·문인화·서각·캘리그라피 등 6개 분야로 나눠 대상에 선정된 작가에게 각 1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수상점수 5점을 부여한다. 입선은 1점을 부여한다. 총 12점을 획득해야 초대작가가 된다. 10여년 이상 꾸준히 활동해야 하는 만큼, 미술가들에게는 작가로 인정받는 중요한 공모전으로 그에 따른 자부심도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화예술계 전반이 움츠러들었음에도 550여 점이 응모된 데 이어, 2021년에는 더 늘어 700점가량의 출품작이 모여 전국규모의 미술제 명성을 입증했다.
문제는 보문미술대전이 지역은 물론 전국의 미술가들을 대상으로 초대작가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관할 자치구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면서 대회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전의 다른 자치구 문화원의 행사추진 상황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구문화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은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행사로 매년 서구청으로부터 2500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보문미술대전과 전통성 맥락에서 같은 축을 그리는 여성미술대전은 5개 분야별로 각각 최우수상을 선정해 200만원의 상금을, 그 중 선정된 대상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과 5점의 수상점수를 부여한다.
동구문화원의 대표 행사인 우암문화제는 자치구에서 지원하는 4000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활용해 백일장과 경전암송, 전통성악경연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인다. 유성문화원이 주최하는 온천축제의 경우 축제 기간 중 펼쳐지는 풍물대동제에 1300여만 원의 별도 예산이 유성구로부터 지원되는 등 대부분 행사에 관할 자치구의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
중구청 측은, 올해 사업활동비 명목의 3100만 원 내에 보문미술대전 추진예산이 포함됐으며, 2020년과 2021년 800만 원의 보조금을 투입했다는 입장이지만, 보문미술대전 사업추진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아닐뿐더러, 다른 자치구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점에서 보조금 부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문화계 인사는 "공적 예산을 확대·축소할 때 문화예산을 우선순위로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보문미술대전이 20년이 넘는 전국 규모의 미술제라는 점에서 전통과 역사성을 되살리고 화가 양성을 견인하는 지역의 대표축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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