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3강 夢負三椽(몽부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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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3강 夢負三椽(몽부삼연)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3-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13강: 夢負三椽(몽부삼연) : 꿈에 서까래 석 장을 짊어졌다.

글 자 :夢(꿈 몽), 負(짐질 부), 三(석 삼), 椽(서까래 연)으로 구성되어있다.

출 전 : 한국인물사(韓國人物史), 조선왕조(朝鮮王朝) 500년에 소개되어있다.

비 유 : 소망했던 일을 이루게 됨을 비유한다.



※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가 조선(朝鮮)을 창업(創業)하기 전 꾼 꿈에서 유래했다.

말도 많고 흠도 많았던 혼란 속의 대한민국이 3월 9일 대통령 선거 개표가 종료 된 동시 어떻든 결론이 나서 좀 조용해진 분위기다.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언론매체를 통하여 그 현장이 생생하게 보도 되어서 대한민국 앞날의 청사진을 미리 보는 듯 했다.

결과는 민심(民心)에 의해 결판이 났고, 옳든 그르든 새로운 지도자는 탄생되었다.

어른들의 말씀에 "나라님[王]은 하늘이 낸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곧 나라를 다스릴 자는 하늘에서 정하지,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헌데 고전을 읽다보니 공자(孔子)의 학통을 계승했다는 맹자(孟子)는 천심(天心)은 민심(民心)이라고 했다. 그것은 약 2500여 년 전 벌써 민주주의를 인식하고 국민[民心]이 지도자(指導者)를 선택할 것을 알고 이야기 한듯하다.

이번 대통령선거도 권력(權力), 금력(金力), 능력(能力), 기반(基盤)을 모두 가진 후보보다 민심(民心/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결국은 승리했다. 곧 하늘이 낸다는 나라님을 국민이 낸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은 곧 백성이요 천심(天心)은 민심(民心)인 것이다.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 고사를 참고하고자 한다.

조선(朝鮮)을 창업(創業)한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가 아직 장군 시절일 때다.

날로 부패(腐敗)해 가는 고려왕조를 탄식하던 그는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팔도강산을 두루 돌며 무예를 익히는가 하면 명산대찰(名山大刹)을 찾아 제불보살(諸佛菩薩)의 가호(加護)를 빌었다.

그가 함경남도 안변(安邊) 땅에 머물던 어느 날 밤. 이성계는 참으로 묘한 꿈을 몇 가지나 꾸었다. "거참 이상한 일이로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꿈을 하룻밤에 몇 가지나 꾸다니…."

이튿날 새벽 눈을 뜬 이성계는 간밤 꿈자리가 어쩐지 석연치 않아 꿈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고 불안하기만 했다. 풀리지 않는 꿈 때문에 답답해하던 그는 장군의 체통도 접어둔 채 그 마을에서 해몽을 잘한다는 노파를 찾아갔다.

"내 간밤에 꾼 꿈이 하도 이상해서 이렇게 찾아왔으니 해몽을 좀 부탁하오." 상세히 설명하는 이성계의 꿈 이야기를 묵묵히 다 들은 점쟁이 노파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대장부가 받은 꿈의 계시를 어찌 미천한 아낙이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서쪽으로 40리쯤 들어가면 설봉산(雪峰山)이 있고 그 산허리 조그만 토굴에 신승이 한 분 살고 계십니다. 그 도인 스님은 토굴을 파고 공부하신 지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한 번도 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합니다. 그 스님께 가면 잘 풀어주실 것입니다."

이성계는 그 길로 설봉산 스님을 찾아갔다. 토굴에 당도하니 스님은 선정에 들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스님께 삼배를 올린 이성계는 이상한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나는데 온 고을 닭들이 일제히 울어대더니 집집마다에서 방아 찧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는 하늘에서 꽃이 마치 비가 오듯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느 집 헛간에 들어갔는데 그 집은 곧 무너지고 저는 엉겹결에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짊어지고 나오다가 거울 깨지는 큰 소리에 문득 꿈을 깨게 됐습니다. 무슨 불길한 징조는 아닌지요?"

그 꿈 이야기를 다 들은 스님은 "참으로 그런 꿈을 꾸었다면 함부로 발설해선 안 될 꿈입니다." 스님은 은밀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내 말을 잘 들으시오. 그 꿈은 아주 길몽(吉夢)입니다. 마을의 닭들이 일제히 울어댄 것은 그 소리가 「고뀌위(高貴位/높고 귀한자리)」한 것이니 이는 반드시 고귀한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며, 방아 찧는 소리는 귀하게 될 것을 축하하는 의미입니다. 또 헌 곳간에서 서까래 세 개를 가로로 짊어졌으니 그 모양은 마치 임금왕(王)」자와 같지 않습니까." 스님의 말을 들은 이성계는 흥분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새 상기된 얼굴에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스님, 그럼 꽃이 떨어지고 거울이 깨진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스님은 말없이 시 한 수를 적어 내놓았다. 花落能成實 鏡破豈無聲 (화락능성실 경파기무성/꽃이 떨어졌으니 열매가 맺힐 것이요, 거울이 깨졌으니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스님은 다시 이성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대 얼굴엔 군왕(君王)의 기상이 가득하오. 허나 아직 겁기(劫氣)가 다 벗어지지 못했소. 성현(聖賢)에게 기도를 올리고 공덕을 세워야 일이 성취될 것이오. 앞으로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터이니 그 동안 이곳에 절을 세우고 오백 나한을 모셔 기도를 잘 올리도록 하시오. 그리고 이 일은 나만 알고 비밀을 지킬 터이니, 장군도 꿈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오." 스님께 스승의 예를 올리고 물러난 이성계는 기도 올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안변 땅에 절을 세우고는 후일 왕(王)자를 해석했다 하여「석왕사(釋王寺)」라 불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성계는 언감생심(焉敢生心/어찌 감히 마음을 먹겠는가)왕이 될 것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당시 고려 말(末)의 정치는 권력에 의한 부정부패(不正腐敗), 매관매직(賣官賣職), 백성에게 강제약탈(强制掠奪)등으로 사회질서는 무너지고 백성의 고통은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백성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당시 신망과 나라사랑의 대표적인 사람이었던 이성계 장군에게 꿈으로 메시지가 전달 된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조선창업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기록이라고 해도 당시 상황을 연상할 수 있고, 그 백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인물을 하늘이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사기열전(史記列傳)의 평진후주부열전( 平津侯主父列傳)에 '나라의 안위(安危)는 어떤 정책(政策)을 내는가에 있고, 그 나라의 흥망(興亡)은 어떤 사람을 쓰는가에 달려있다. 安危在出令 存亡在所用/안위재출령 존망재소용)라고 했다

투쟁, 비방, 거짓, 음해, 분열, 등의 골 깊은 상처를 다 치유하고, 자인타관(自吝他寬)의 큰 그릇답게 국민이 원하는 바를 잘 살펴 다시 이 땅에 희망이 기대되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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