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되었던 결과였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3월 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통화와 관련한 브리핑 도중 울먹이는 장면을 보았다.
순간 '靑의 눈물, 民의 분노… 이것이 민심이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정부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의 입장에서야 분명 이재명의 당선을 학수고대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민심은 엄동설한처럼 싸늘했다.
국민들은 그동안 국민을 무시하고 전횡(專橫))에 가까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렸다. 소위 586 권력집단의 내로남불은 '조국 게이트'를 불러왔다. 출세하기 위해선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는 행태가 줄곧 이어졌다.
자녀의 스펙 축적을 위해선 반칙을 일삼았다. 국민에게는 가재와 붕어, 개구리로 살라고 하면서 고위층들은 자신의 자녀를 외고와 특목고에 보내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그들에게 법치주의(法治主義)는 안중에 없었으며 오로지 끼리끼리 문화만 창궐했다. 친북, 친중 사대주의와 한미 동맹 공조의 무시는 국민적 반감의 임계점으로 오르게 만들었다. 현 정권의 국민 무시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서 소위 '삥'을 뜯은 파렴치한 여성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으면서도 보란 듯 부동산 투기에 앞장섰던 사람까지 국회의원으로 신분 상승을 획책하였다.
이런 와중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권력형 성범죄라는 화두에 대하여는 "피해호소인"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궤변을 퍼뜨렸다. 연이어 LH 사태가 터졌으며, 희대의 대장동 스캔들이 이어졌다. 기회는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 역시 평등하지 않았다.
이즈음부터 더욱 분노한 국민들은 시나브로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는 '임금은 배이지만 백성은 강물과 같아서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무서운 경구(警句)를 뜻한다. 그 카드는 바로 투표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아무나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들이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개인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먹이는 장면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맞아 씩씩하게 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징징 짜면서 국민들 앞에 섰다면 지금처럼 탄탄한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인들의 강철과 같은 전의(戰意)를 만들 수 있었을까!
청와대 대변인의 눈물은 예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던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 사견의 피력에 불과했다. 또한 더 나아가선 공정의 가치까지 훼손하는 일종의 경거망동이었다.
이는 아나운서가 생방송 중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울거나 분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때문이다. 하여간 대선은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막중한 과제가 산처럼 놓여있다.
지난 5년 동안 골병이 들 대로 든 국정과 외교, 경제를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불과 0.7% 차이로 신승(辛勝)했음의 언저리에는 자신을 반대한 국민도 많았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임기를 마칠 때쯤 진정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자면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보고 뛰는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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