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전영훈 대전시 총괄건축가 "시민 공감대 속에서 대전 미래 이미지 그릴 것"

[중도초대석] 전영훈 대전시 총괄건축가 "시민 공감대 속에서 대전 미래 이미지 그릴 것"

대전사람의 소명, 건축가라는 사명의식으로 임기 시작
산과 하천, 100년 남짓 짧은 역사, 트램은 대전의 매력
트램 도입 걷는 도시로 변화 예고 환상형 길 주목해야
도시재생 대규모 문화단지 조성 이젠 시작해야 할 때

  • 승인 2022-03-14 10:00
  • 수정 2022-03-14 10:0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전영훈 총괄건축가의 꿈이자 목표는 대전의 미래 100년을 위한 디딤돌 놓기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기술이 아니다. 어떤 의식과 비전을 설정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도시는 충분히 바뀔 수 있고, 정지됐던 도시가 활력으로 꿈틀거릴 수도 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처럼 도시재생으로 성공한 도시는 대전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표적 도시다. 취임 후 한 달 만에 만난 전영훈 총괄건축가는 "시민과의 공감대 속에서 대전 미래 이미지를 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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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대전시 총괄건축가. 사진=이성희 기자
-가장 우선순위로 살펴볼 현안은 무엇인가.
▲대전에 정착한 지 15년이 되면서 대전 사람이 됐다. 대전사람이라는 소명의식과 함께 총괄건축가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사명의식이 더해져서 대전시의 정체성과 부합하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전시의 이미지를 그리겠다는 계획을 확립했다. 총괄건축가는 100억 원 이상의 건축물과 공간환경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준비부터 심사 그리고 최종 완성까지 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대표 업무다.

대전의 공공건축물 수준을 높여 대전의 위상을 높이려면 대전시가 계획하는 공공건축물을 위한 현상 공모에 창의력과 구현 능력이 뛰어난 국내 또는 세계 건축가들의 왕성한 참여도 필요하다. 33명의 건축정책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시민들의 바람에 걸맞은 건축 수준을 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현재 대전시의 건축 행정은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담당 부서가 산재해 있다. 대표 건축물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우선 각 부서에 목적과 실행 방향이 하나로 모이도록 정비하고 보완하는 업무에 속도를 내겠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매력은 무엇인가.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 대전 도심으로 가로지르는 3대 하천, 비교적 평평한 지반 형태 그리고 다양한 지역민들이 함께 모여 사는 문화공동체. 시간적으로 아직 어린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서 어떤 모양으로든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현재진행형의 도시라고 본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 땅이 풍족한 충남과도 인접한 지리적 특성, 자연재해가 적은 온화한 기후, 곧 2호선 트램이 지나는 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큰 도시가 대전이다.



-대전의 미래를 얘기한다면 트램을 빼놓을 수 없다. 트램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처음 자문할 때 트램을 교통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요청했다. 트램이 다니면 도시는 구조적으로 달라진다. 트램은 버스나 자동차보다 느린데, 법적으로 자동차가 트램을 앞지를 수 없어 대중교통의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속도가 느려지면 자연히 시각이 넓어진다.

또 그동안 자동차와 보행자는 대립적 관계였다. 그러나 트램이 운행되면 보행자와 자동차는 수평적 관계가 될 거다. 자연히 시민들은 교통수단보다 걷는 것을 선호하고 사람의 눈높이에 있는 2층 규모의 파사드(facade: 건물의 정면)가 바뀔 것이다.

가로 시설물과 바닥 재질, 보도와 차도의 경계, 가로수 식재, 가로등까지 도시를 이루는 모든 것도 바뀐다. 대전의 길은 1시간 이상 지속해 걸을 수 있는 길이 없다. 트램이 들어오면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보행할 수 있는 길과 길이 생겨날 것이다.

트램을 통해 큰 길이 새롭게 조성되면 작은 길들이 생겨 도시 곳곳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변곡점이 되리라 본다. 도심 산책로처럼 환상(環狀)형의 길이 생기면 걷는 도시 대전으로 매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트램의 색, 택시의 색까지도 도시를 이루는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

-도시재생, 어떻게 보는가.
▲정답은 규모에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세부적으로 5가지로 나뉘는데, 그중에 우리동네 살리기,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3가지는 주민 편의에 초점을 맞춘 소형 규모 사업으로 그곳에 살지 않으면 체감할 수 없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도시재생은 대규모다. 런던 테이트모던이 그 예인데, 미술관으로 가는 밀레니엄 브리지까지 의도해 만들어졌다.

도시재생을 관통하는 주제는 문화시설이다. 그런데 대전은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사 인근에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으나 변화를 이끌어 낼 만큼의 유의미한 규모로는 충분하지 않다. 몇몇 건물을 짓는 건 도시재생이 아니다. 과감한 규모 설정과 투자가 문화시설이라는 이름으로 고민돼야 한다. 대규모 문화시설은 집객 효과가 크고 민간 또한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다. 다만 대규모 문화시설을 건립하기까지 시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한데 이는 대전시가 도시재생의 의미를 고려해 시도해야 할 과제다.

-소제동의 변화가 시작됐다. 이곳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관사촌은 보존 가치가 있고, 대전역과 인접해 있어 상업시설로도 좋은 위치다. 그러나 거주민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균형잡기가 어렵다. 도시재생을 일방적으로 관철하지 않고 모두의 이익을 봐야 해서 쉽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데 탁월한 도시재생 전문가의 기획과 운영이 필요하다.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도시재생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저는 대전도시공사가 이 일을 맡았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산단이나 주택단지를 제공하거나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공공의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사용해 재생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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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대전시 총괄건축가. 사진=이성희 기자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시는 주거건축으로만 구성되는 건 아니다. 모든 건축물이 서로 화합해 만들어 내는 공간의 합이 도시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전시를 넘어 우리나라 국민은 아파트를 자산으로 선호한다. 아파트 형식이 공동주택이라도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되면 좋겠는데,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아파트를 취급하다 보니 미적으로 저급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파트는 어느덧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 또는 주거환경정비사업이 추구하는 핵심목표가 됐다. 누구나 다 아파트를 원하기 때문에 대전시 어디에나 아파트가 들어서는 실정이다. 이에 대전도 마치 아파트만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매력 없는 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가능하다면 아파트 단지로 불리는 주거지역은 시 외곽에 밀집 형성하도록 미래 개발사업을 유도해야 한다.

또 주거단지로 경쟁력 있는 다양한 주거형태가 존재하는 독특한 마을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미관도 높은 수준에 이르도록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 대전은 제약이 없어 도시를 대표하는 동네를 만들 수 있다. 대전도 과거 100년은 뒤로 하고 미래 100년을 위한 구상을 해야 한다.

-대전부청사 매입 또는 보존 활용법에 대해 제언을 해주신다면.
▲안타깝게도 대전시는 자신의 역사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을 것 같다. 건축물은 역사가 형태로 드러나는 대표적 자산이다. 자신의 역사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는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어떻게든 가치 있는 근대건축물을 공공의 자산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입 시점에서 활용도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다. 국보나 보물, 문화재를 보면 현재 시대에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보다 보존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선 매입 후 활용 원칙을 세워 접근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대전시가 각종 개발로 사라지는 마을과 동네를 기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조언을 해준다면?
▲도시기록화가 시작됐다는 건 대전시의 인문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이를 기록하는 행동은 대전시의 선진화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도시기록화 사업의 시작에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기록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의궤를 살펴보면 문자 매체뿐만 아니라 그림을 사용하고 있다. 대전시의 도시 기록화도 문자뿐만 아니라 마을과 동네의 모습을 도면이나 그림을 기록하는 것에 소홀해선 안 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를 문화적으로는 독일 베를린을 이상적인 도시로 꼽는다. 대전도 미래산업 종사자들이 둥지를 틀고 싶은 곳으로, 다양한 문화가 섞여 K-컬처가 태동하는 요람의 역할을 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
대담=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기자

▲전영훈 총괄건축가는?
1957년생으로 현재 대전대 건축학과 교수다. 1984년 고려대 건축공학 학사로 졸업했고 이후 국립베를린 공대 건축학 박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격으로는 독일 건축사와 한국 건축가협회 명예 건축가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이력으로는 현재 대전시 도시재생위원회와 경상북도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이다.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 사업 구암동과 대동 현장지원센터 총괄 코디네이터였고,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전문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연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건축가학교 총괄교수로도 3년 동안 재임한 바 있다. Seoul Performing Arts Center 국제공모전 2등, 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현상설계에서 1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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