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기간 산불…사명감으로 불길 속에 뛰어든 두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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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기간 산불…사명감으로 불길 속에 뛰어든 두 소방관

경북 울진 산불 현장에 투입된 이범구, 박범철 대전 서부 소방서 소방관
산불 현장 상황 "아수라장"…꺼지지 않는 불씨에 "물이 부족했을 정도"
소방인력 충원 시급, 우리지역도 대형 산불 일어날 가능성 있어 주의해야

  • 승인 2022-03-14 08:42
  • 수정 2022-03-14 10:13
  • 신문게재 2022-03-15 10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확산돼 강원 삼척까지 퍼진 대형 산불이 장장 9일 만에 진화됐다. 이는 1986년 산불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 면적 역시 최대 규모로 2만 923ha며 축구장 2만 9304개 넓이에 달하는 수준이다.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으로 진화 작업이 쉽지 않았던 만큼 소방대원들의 노고도 컸다. 험한 산세 속에서 되살아나는 불씨를 끄기 위해 밤낮없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전국 소방동원령이 발령됐던 가운데 우리 지역 소방관들도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에 파견됐던 대전 서부 소방서 복수 119 안전센터 이범구 소방위와 박범철 소방교를 만나 산불 피해와 당시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소방대원
대전 서부 소방서 복수 119 안전센터 이범구, 박범철 소방관
이 소방위와 박 소방교는 3월 8일 현장에 투입됐다. 급히 먼 거리를 달려온 이들이 목격한 당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생지옥'이었다. 검은 연기로 뒤덮여 하늘이 보이지 않았고 이곳저곳에서 불길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퍼져있는 상태였다.

이 소방위는 "민가로 내려오는 불길을 차단하는 작업을 했는데 주택 중에는 이미 새까맣게 탄 곳들도 있었다"며 "다행히 주민대피령으로 인명피해는 크지 않아 보였지만 이재민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공장단지에 붙은 불길을 제압하러 갔던 박 소방교는 "되살아나는 불씨에 물이 없어서 불을 못 끌 정도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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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옮겨 붙은 공장 화재 진압 작업 모습 (사진=박범철 소방교 제공)
진압작업에 참여했던 48시간 동안 피로도와 어려움이 상당했다. 당장 씻지도,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자욱한 연기에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방화복의 신축성도 떨어져 비탈진 산에 올라가면 체력을 더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거센 불길에 위험천만한 상황도 부지기수였다. 박 소방교는 "불을 끄기 위해 차를 타고 산 쪽으로 이동하는데 불길이 도로까지 침범해 더 이상의 이동이 불가능했던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이 소방위는 "가족들에게 산불 지원하러 가니까 별일 없도록 기도하라고 문자 보내기도 했다"며 "사실 우리뿐만 아니고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전국적인 큰 재난이니 빠른 시일 내에 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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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압 작업에 투입된 소방대원 모습 (사진=박범철 소방교 제공)
동해안의 강한 바닷바람은 산불을 더 키웠다. 헬기가 투입되긴 했지만 바람이 강한 탓에 불길이 타오르는 지점에 정확히 물이 분사되긴 어려웠다. 결국 진화 인력들이 곳곳에 투입돼 진압 작업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산불로 두 사람이 느낀 점은 소방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본래 산불 대응 기관은 산림청으로 소방청은 지원을 담당하지만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소방위는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다섯 명이 해야 할 걸 세 사람이 하는 꼴"이라며 "소방서에 인력이 많아서 현장에 지원하러 간 건 아니기 때문에 남은 인력의 업무 과중도 심했다. 현장에서도 아무리 교대로 한다고 해도 적은 인력에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따라서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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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일어난 산불로 발생한 자욱한 연기 (사진=박범철 소방교 제공)
아직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두 사람은 사람에 의한 실화인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런 만큼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대형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소방위는 "몇 년 전에도 식장산에서 산불이 크게 났었다"며 "대전 인근에도 산이 많고 비가 안 오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 울진처럼 산불이 크게 날 수 있다. 요즘도 산에 가면 담배꽁초가 보이는데 그게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곳, 공장과 창고 154곳, 종교시설 등 31곳 등 총 643곳이 소실됐다. 박 소방교는 "무심결에 시내에서 했던 습관들이 나와 이런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 날이 풀리고 벚꽃 시즌이 오면 등산객들이 많아질 텐데 이럴 때 화재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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