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간지풍²도 갈 길의 양간이 헛갈리는 사이
산 불³은 맹렬한 기세로 꿈틀대고
산불⁴은 이리 흩날리고 저리 번지며
우크라이나 포격보다 뜨거운 불포탄을
산골마을에 쏘아댄다
한울원자력발전소를 힐끔거리다가
삼척 LNG생산기지에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길 숲에 숨어든 불씨는
둔덕을 건너 야산을 타 오르며
백두대간 등성이에 의기양양한 불더미를 쏘아 올린다
반세기 만의 가장 가혹한 가뭄에
산천은 마르고 초목은 여위었다
당기기만 하여도 투두둑거리는 대지의 삭신
달빛 가릴 먹구름 애간장 녹일 때
별 춤 서린 담뱃불 어인 일인가
딱따구리 동박새 울음 조율하며
골짝을 휘돌던 물소리는 어디 갔는가
한 백 년 높바람 거르던 금강송은 어디갔는가
봄빛 고향은 불자맥질을 하고
할머니 댁 옥수수는 탄화 곡을 하는구나
어허, 사람 손이 쏘시개 되어
산허리 태우고 사람 가슴 사르는데
사람이여, 불 들거든 길 어스름한 가로등만 밝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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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복 / 시인 |
³산 불은 살아있는 불, ⁴산불은 散불
※ 울진·강릉 및 전국의 산불 피해자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십시오!
밤낮없이 산불 진화작업에 헌신하시는 소방관계자와 봉사원님들 응원하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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