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
흑석산성은 고무래봉(197m) 정상에 쌓은 둘레 470m의 백제시대 성이다. 밀암 산성 및 진현성(眞峴城)으로 불린다. '산성의 도시 대전'의 40여개 성 가운데 하나로 나당연합군이 신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요충이었다. 2년 만에 다시 올라 보니 주변 풍광이 좋았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진을 치고 하룻밤 묵었다는 정방이 마을이 눈 아래 들어온다. 삼각 형태의 성터 흔적이 뚜렸했다. 건물터로 보이는 평탄지에서는 토기와 기와 조각이 많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성터를 거닐다가 발끝에 작은 점무늬 줄이 선명한 기와 조각이 차였다. 산성 아래에서 계룡산의 두마천(豆磨川)과 대둔산의 벌곡천이 만나 갑천(甲川)이 된다.
산성 입구는 '승상골'이다. 고려시대에 승상 벼슬을 한 왕(王)씨 성을 가진 인물이 살았다는 마을이다. 산성을 오르는 길은 낙엽이 많이 쌓여 푹신푹신하다. 천천히 걸으면 왕복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다. 가볍게 산책하기에 딱 좋다. 정상에 망루를 짓고 성곽을 복원하면 계족산성 못지않은 대전 남부권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흑석리는 예부터 대전시민들이 물놀이하러 많이 다녀 어릴적 향수가 서린 곳이다. 가수원 사거리에서 자동차로 7-8분 달리면 기성동(행정동명) 이다. 서구 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전의 허파이다. 관할 법정동으로 흑석동, 매노동 등 10개가 있다. 시내에서 가까워 주말 주택이나 텃밭으로 인기가 좋아 땅값이 치솟고 있다. 기성동 지역에는 30여 개의 요양시설이 있다. 또 대전 최대의 축산농가(100여개) 밀집지역이다. '흑석브랜드'의 한우 먹거리 단지도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인근에 있는 장태산은 대전 8경,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의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100선의 하나이다. 논산 출신의 고 임창봉 선생이 1972년부터 24만평 규모에 가꾼 국내 유일 7천여 그루의 메타세콰이어 숲은 전국에서 찾는 명소가 되었다. 휴양림 안에 출렁다리가 완공되어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주변에 도예체험관, 팬션들이 들어서고 있다.
고향에 장태산이 있어 행복하다. 외지에서 지인들이 찾아오면 찾아가 안내하며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 가볼 만한 곳도 많이 있다. 산과 물길이 수려해 주말이면 상보안, 장평보 그리고 흑석산성 유원지와 갑천 물길이 휘감아 도는 구봉산 아래 천변을 찾는 캠핑객들이 많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붐빈다. 최근 적십자 수련원에 조성된 구절초 테마파크가 조성되었다. 평촌동 증촌마을의 지경(地硬)다지기와 우명동의 두레농악놀이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주변에는 고인돌과 도요지도 있다.
앞으로 충청권 광역철도 계획에 의해 흑석리역이 부활된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 기차 통학하며 추억이 많던 곳이다. 어린 시절 흑석리에 섰던 5일 장 그리고 흑석 막걸리를 빚던 양조장도 서서히 부활되면 좋겠다. 왜 그런지 옛날의 것들이 모두 정겹고 그립다. 흑석리 부근도 산업화가 진행 중이다. 평촌 일대에 30여만 평의 산업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단지에서 직접 논산으로 가는 도로가 연결된다. 도시가스가 들어오고 아파트 단지도 들어서며 어린시절의 흑석리 모습은 희미해 질 것이다.
필자는 1960년대 말 '조국근대화의 기수'로 출향(出鄕)하여 40년 만에 흑석리 등골 마을로 돌아왔다. 슬레이트 지붕을 갈고 '삼광' 벼농사 지으며 산지 10년을 넘겼다. 고향사랑을 비롯한 지난 칠십 인생을 되돌아 본 이야기의 원고를 마감한다.
김현중 / 건양교육재단 건양역사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