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2개월간 대전시립미술관 5전시실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회화와 드로잉,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미디어 아티스트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노상희 작가와 꽃과 여인 등 정물과 인물을 유화로 표현하는 박태영 작가의 작품 30여 점을 전시한다.
이동훈미술상은 대전과 충청지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동훈 화백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올해로 탄생 120주년에 이어 미술상 시상 20주년이 되는 만큼 그 의미를 더하며, 지역 대표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노상희 작가의 'Flat Water' 시리즈. |
노상희 미디어아트 작가 |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부터 대전에서 생활한 노 작가는 충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졸업 이후인 2008년 서양화라는 순수미술이 갖는 장르의 한계점을 느끼면서 프레임이 갇힌 정적인 미술에서 움직임을 가미한 동적인 미술작업으로 관심을 돌렸다.
노 작가는 "학부 때부터 영상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관심을 돌리지 못하다가 졸업 이후부터 인터렉티브를 시작으로 정지된 프레임이 아닌 움직이는 미술작업에 심취하게 됐다"며 "지금 생각하면 어설펐지만, 초기 미디어 작품들을 보며 관객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미디어아트가 탄생하기까지 코딩과 유체역학 등 수학적 개념을 익히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노 작가는 "고교 때 보던 수학 정석교재를 다시 꺼내들고 수험생 못지않게 공부하면서 삼각함수 같은 수학 공식에 집중했다"며 "미디어아트 표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나 둘씩 익히면서 변화무쌍한 반응과 한계가 없는 영상작업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3년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노상희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염병 첫해인 2020년 가을 무렵, 계획됐던 일본 전시가 무산되고 국내 전시마저 취소를 거듭하면서 작품활동 자체에 대한 위기를 경험했다. 그는 "감염병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되돌아보며 기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며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노 작가는 "2021년에는 모래를 소재로 한 전시 '감각의 고리'를 선보였다. 올해는 물, 내년에는 바람 등 자연 시리즈를 완성하고 싶다"며 "미디어아트 1세대인 육태진 작가의 작품 철학을 본받아 실험적이고 진취적이며, 새롭고 긍정적인 느낌의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태영 작가의 작품 '꽃의 하모니', '봄으로 가는 길', '여인의 향기1'. |
박태영 화가 |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면서 대전시 초대작가인 박 작가는 한남대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서울과 대전, 영월 등에서 15차례의 개인전과 구상미술대제전과, 아트페어 등 지역은 물론 전국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작가는 풍경과 정물 등 여러 피사체 가운데 인물화에 따른 사람 중심의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화가는 고뇌하더라도 관객은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그린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대중화에 초점을 두고 그린다"며 "색감의 조화에서 비롯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도록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영 작가 역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작품에 변화가 생겼다. 2020년 '꿈-날개를 펴다'를 시작으로 '꽃피는 봄이오면', '뷰티풀라이프'까지 희망메시지를 담은 작품전을 선보이고 있다.
박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림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며 "작가로서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고,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을 파고들면서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함께 당장 돌아가기 어려운 현실을 경험하면서 일상의 그리움과 아쉬움, 그로 인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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