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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는 두 남녀가 섹스게임을 벌이는 장면이다. 여기서 쾌락과 복종, 속박의 사도 마조히즘적 행위의 도구로 음식이 사용된다. 남자는 눈을 가린 여성의 입에 얼음을 넣기도 하고 부드러운 푸딩과 달콤한 과일로 줄 듯 말 듯 장난질을 친다. 또 병에 든 뽀얀 우유를 몸이 달아오른 여자의 입에 콸콸 붓는다. 여자는 그것을 꿀꺽꿀꺽 탐욕스럽게 받아 마신다. 음식과 정치라…. 정치인이 먹는 음식만큼 상징적일 수 있을까?
권력자들은 어떤 음식을 먹나. "당신이 먹는 음식을 말해보라. 그 음식은 당신 자신이다." 브리야 사바랭의 말대로 음식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먹보였다. 먹보 여왕은 여자는 많이 먹으면 안된다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했다. 남이 뭐라든 푸짐한 음식에 열광했다. 기회만 있으면 이것저것 실컷 먹어 몸이 뚱뚱해져 왕실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포동포동한 손으로 초콜릿 케이크를 푹푹 떠먹는 여왕을 상상해 보라. 반면 히틀러는 소식에다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다. 유대인 대학살의 주인공이 채식주의자라니. 정신분석학적 해석이 풍부한 인물이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음식 코스프레에 능했다(이하 호칭은 생략). 박정희의 막걸리는 쿠데타 주역의 냉혹한 이미지를 상쇄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궁정동 안가에서 고급 양주 시바스 리갈을 마시며 흥청대다 부하직원의 총탄에 비명횡사했으니 말이다. 그 틈새에서 하극상으로 권력을 쥔 전두환은 '유신의 아들'이었다. 고나무의 르포에 의하면 전두환의 음식은 의전의 일부였다. 권총을 찬 청와대 검식관이 요리사들을 윽박지르며 갈비탕의 갈비를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추듯, 크기에 맞게 배열했다. 의전은 지극히 형식적인 모양새를 띤다. 형식주의자는 권위적이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의전은 전두환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음식으로 정치적인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은 김영삼이다. '칼국수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개혁과 청렴의 이미지를 '학실히' 심어줬다. 청와대 점심은 무조건 칼국수였으니 각료들은 지겨울 법도 했으리라. 갈비탕이라도 먹어야 할 판에 허구한 날 칼국수였으니 각료들이 투덜댈 만도 했다. 그래서였나. 당시 믿거나 말거나한 '썰'이 돌았다. 김영삼 부친이 거제도에서 멸치 어장을 운영하는 이유로 멸치 가격을 올리기 위한 속셈이라고. 고난과 역경의 대명사 김대중은 음식으로도 수모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홍어를 김대중을 비하하는 말로 이용한 것이다. 흑산도가 고향인 김대중은 홍어를 유달리 좋아해 흑산도 홍어를 공수해 먹을 정도였다.
한국인 중 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라면 한 그릇. 얼큰한 국물을 들이켜며 후루룩 쩝쩝 먹는 라면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꿈꿨던 노무현도 라면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심지어 일주일에 아침밥으로 라면을 다섯 번까지 먹었다니 라면 사랑이 각별했다. 청와대 요리사로 일했던 한 셰프는 방송에서 노무현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다. 종종 라면도 직접 끓여 드셨다고, 휴일엔 직원들도 쉬어야 한다며 본인이 직접 끓여 경호원들도 같이 먹었다고. 인터넷엔 '노무현 대통령의 라면 레시피'도 뜬다. 콩나물 넣고 후추에 계란 탁! 상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아프다. 노무현의 라면은 지극히 사적이었으나 어느 결에 전직 대통령의 상징자본이 됐다. 20대 대통령 윤석열의 밥상엔 어떤 음식이 올라올까? <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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