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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이 보수와 진보 양 진영 간 정책 대결은 실종된 채 후보자 본인 또는 가족 의혹에 대한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치러진 데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대선 기간 내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여당은 '윤석열 게이트', 야당은 '이재명 게이트'라는 프레임을 씌워 날 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당사자들도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이 후보는 2월 26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진짜 몸통이 엉뚱한 사람 잡아놓고 적반하장"이라고 국민의힘 윤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윤 후보는 7일 경기 하남 유세에서 이 후보와 여당을 겨냥 "부정부패 세력은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며 "돼먹지 못한 머슴은 갈아치워야 한다"고 맹공했다.
후보 배우자들을 둘러싼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는 과잉의전과 공금유용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도 허위 이력과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에 섰다.
비호감 대선의 후폭풍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야 가운데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향후 정국 운영에서 서로의 발목을 잡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민주당이 여대야소라는 어드밴티지를 계속 안게 된다. 하지만, 대선과정에서 틀어질 대로 틀어진 제1야당과의 관계 때문에 각종 개혁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민주당이 이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을 뒷받침 하기 위해 대선 승부수로 던졌던 국회추천 총리제 등을 시행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중장기 정치개혁 과제에 포함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등을 실현하기 위해선 개헌을 추진해야 하는 데 이 역시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윤 후보가 승리해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루면 정국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더욱 첩첩산중이다. 일단 새 정부 출범 뒤 국무총리를 임명부터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혹독한 검증을 넘어야 한다.
장관 임명 역시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가시밭길 행보가 예상된다.
공약 사항 이행을 위한 각종 법안 국회 통과도 장담키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윤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여가부 폐지를 약속했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어 마찰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 이후 협치 정국을 위해선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이내 유명무실화 된 여야정 협의체 복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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