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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충청권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오던 항공우주청 대전 설립과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에 대해 여야 후보들이 다른 지역 공약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충청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발언의 후폭풍도 거셌고 대선 전 청와대 세종집무실 설치법에 대한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도 뼈아팠다.
정치권 안팎에선 5년 뒤 차기 대선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지역 민심을 고스란히 대변할 수 있는 충청권 대권 주자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월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육사 이전을 약속했다. 육사 전신 신흥무관학교의 뿌리가 안동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승조 충남지사의 2018년 지방선거 공약이었고 3군본부와 육군훈련소 등과 국방산업 클러스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육사 논산 이전을 추진해 왔던 노력이 대선링에선 외면받은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재집권 시 국정과제 조율과정에서 정부를 설득해 논산 이전을 관철 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성난 지역 민심을 완전히 진화하진 못했다.
대전에서도 판박이 논란이 빚어졌다.
우주시대 개척을 위한 전초기지인 항공우주청과 관련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1월 경남 사천 설립을 공약한 것이다. 이곳에 생산기지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애초 항공우주청은 허태정 대전시장이 처음으로 정부에 제안한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0여 개 기관·기업이 집적한 대전이 최적지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윤 후보는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카드를 제시하며 대선정국 내내 항공우주클러스터의 경우 PK 밀어주기를 고수, 지역의 반발을 샀다.
윤 후보가 TV토론 등에서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배치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충청권을 거론한 것에 따른 한 여야 공방도 지역을 뜨겁게 달궜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충청의 아들을 자처한 윤 후보가 지역에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맹공했고 국민의힘은 설치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여당이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대선 전 세종시 청와대집무실법 처리 무산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야는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자처하면서 앞다퉈 법안 발의로 애드벌룬을 띄웠지만, 결국 대선용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대선이 끝나고 차기 정부 출범 후로는 코로나 대응 외교 안보 등 다른 국정 현안에 밀려 이 법안 처리가 자칫 장기 표류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대선의 생채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차기 대선에 대비해 지역 민의을 고스란히 받들 수 있는 충청의 대표 정치인 발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로 충청대망론에 군불을 다시 지핀 윤석열 후보 보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자를 육성 또 다시 대선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양승조 충남지사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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