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2강 서사불이(誓死不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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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2강 서사불이(誓死不二)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3-07 18:51
  • 수정 2022-03-07 18:5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12강: 誓死不二(서사불이) : 맹서와 죽음은 다르지 않다. / 죽어도 결심은 바꾸지 않는다.

글 자 : 誓(맹세할 서), 死(죽을 사), 不(아니 불), 二(두 이)로 구성된다.

출 전 : 사기(史記)-순리열전(循吏列傳)에 기록되어 있다.

비 유 : 올바른 판단과 바른 길이면 죽어도 자기 주장을 바꾸지 않음을 비유함



인간의 본성(本性)은 태어날 때부터 선(善)하다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과 본래부터 악(惡)하다는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회상해보면 과거 공동체의식이 중심을 이룰 때는 성선설이 설득력이 있었으나, 개인 중심으로 사회가 변해감에 따라 오히려 성악설의 설득력이 우위를 더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공동체인 사회생활은 정의(正義/올바름)가 우선이요, 그 다음은 정직(正直)과 신뢰(信賴)가 될 것이다. 따라서 부정부패(不正腐敗)와 거짓이 자행(恣行)되어서는 안 되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참다운 가치의 삶이라고 할 수가 없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晉)나라 문공(文公) 때 이리(李離)라는 옥관(獄官)이 있었다.

그는 매우 정직하고, 공정하였으며, 규정에 따라 형량을 정하였으므로 선량한 사람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적이 없었고, 또한 악(惡)한 사람을 그냥 놓아준 적이 없었다. 그는 조정의 고관(高官)이거나, 일반백성들을 모두 똑같이 대하였으며, 항상 법(法)에 의거하여 죄를 따지고 벌을 주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서명(署名)한 사건 기록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자신이 판결을 잘못 내려 무고(無辜)한 사람을 사형에 처하게 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당시 법률에 따르면 잘못된 판결로 무고한 사람을 사형하게 되면, 이 역시 사형 죄에 해당되었다. 이리(李離)는 자신의 잘못이 죽을죄(罪)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이리(李離)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포박하여 왕에게 데려가 주도록 명하였다. 그는 문공(文公)에게 사실대로 아뢰고 자신에게 사형을 내려 줄 것을 청하였다. 그러자 문공은 이렇게 말했다.

"관직에 고하(高下)가 있듯이 형량에도 경중(輕重)이 있다. 아래 관리에게 잘못이 있다 해서 그것이 바로 그대의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자 이리(李離)는 아뢰기를 "자신의 잘못된 판결(判決)로 사람을 죽게 하고서, 그 죄를 부하에게 돌린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문공은 "그대가 스스로 죄가 있다고 한다면, 나에게도 죄가 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라고 말하자 이리(李離)는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은 채 말을 했다.

"옥관(獄官)에게는 지켜야 할 떳떳한 법(法)이 있습니다. 잘못 판결(判決)한 죄(罪)는 곧 자신의 죄(罪)이며, 잘못 판결하여 무고(無辜)한 사람을 죽인 것은 곧 자신의 죽음입니다"라는 말을 마치고는 문공(文公)의 말을 듣지 않고 칼로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현대인들은 강직한 이리(李離)의 죽음에 대하여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속임수에 당하고도, 이유 없이 권력(權力)과 금력(金力)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치닫는 현대의 사회생활은 남을 위할 줄 모르고, 나만 피해가 없으면 괜찮다는 것이 대체로 요즈음 일부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통하여 정의(正義)로운 사회가 중심이 되었을 때는 온 천하가 태평가를 부르며 평안한 삶을 누렸고, 포악하고 거짓이 판치는 세상은 백성들이 온갖 고초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렸음을 잘 알 수 있다.

정관지치(貞觀之治)의 당태종(唐太宗)은 국가를 잘 다스려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루었다. 그는 안으로 저 유명한 위징(魏徵), 방현령(房玄齡), 장손무기(長孫無忌), 두여회(杜如晦)등의 강직하고 현명한 인재를 널리 등용하여 제도를 정비하고, 부역과 세금을 경감하여 민생을 안정시켰으며, 밖으로는 돌궐(突厥)을 제압하고, 토번(吐藩)을 회유하는 등, 당(唐)나라의 기틀을 닦았다.

잠시 '자치통감(資治通鑑)'의 한 기록을 보면 그는 한 때 군신들과 도둑을 없애는 방안을 논했다. 어떤 신하가 무거운 법으로 엄하게 하자고 건의했다. 황제(태종)가 웃으며 말했다.

"백성들이 도둑이 되는 까닭은 세금이 많고 부역이 무거우며, 관리들이 욕심스럽게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 염치를 돌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짐(朕)이 사치를 없애고 경비를 절약하며, 요역(?役)을 가볍게 하고 부세(賦稅)를 경감시키며, 청렴한 관리를 선발하여 백성들이 의식에 여유가 있게 하면 저절로 도둑이 생기지 않을 것인데, 어찌 무거운 법(法)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이로부터 수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지고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았으며, 밤에도 문을 잠그지 않았고, 상인과 여행자들은 노숙할 정도가 되었다고 기록되어있다.

정관(貞觀)의 '치(治)'는 성인(聖人)정치시대와 더불어 중국역사상 모든 분야에서 찬란한 시대를 대표한다. 이는 위징(魏徵)을 포함한 훌륭한 신하들의 서사불이(誓死不二)의 정신으로 황제를 보필했고, 황제는 그 간언(諫言)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또 다른 5년의 미래가 내일[대통령 선거]로 결정이 날 것이다. 누가 되던 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아직도 국민을 속일 수 있고, 권력이 국민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믿는 자가 선택되면 대한민국은 다시 5년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한 국가를 다스림에 훌륭한 신하도 필요하다, 그러나 나아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큰 그릇의 지도자 또한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영광스런 재도약을 위하여 국민 모두는 올바르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며, 부정선거나 부정개표를 두 눈 부릅뜨고 막아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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