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선거에 패배한 자들이 부정선거를 거론한 적이 많다. 지난 4·15 총선 직후에 부정선거 의혹이 또 불거졌다. 본 투표에서 이겼지만 사전투표에서 의외로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이 음모론으로 퍼져나갔다. 통계학적 관점과 전산조작과 투개표 과정 등을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의 상흔은 지금도 남아있다. 총 130여 건에 달하는 부정선거 관련 소송이 제기됐지만 고작 4건만 진행 중이다. 대법원에선 무슨 이유에서인지 재판을 질질 끌고 있으며 아직 판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고 속이 터지지만 속으로 삼키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부정선거 트라우마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일과 5일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관리 소홀과 부정선거 의혹이 발생했다. 확진·격리 유권자는 불편한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했지만, 선관위는 이들에 대한 현장관리 능력과 매뉴얼 마저 부실했다. 기투표용지를 건네주거나 기투표용지를 투표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쇼핑백이나 바구니, 종이 상자 등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어찌 보면 선관위가 선거법을 어긴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급기야 사과하고 사건을 덮으려 하지만, 이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선관위가 신뢰와 공정성을 상실하면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이 어렵다. 지난 총선에서 겪었던 부정선거 의혹 탓에, 대다수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대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 부정에 대한 저항은 선거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런 배경 탓에 투개표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정·부당한 점을 발견하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여야가 동시에 중앙선관위에 강력하게 조치를 강구하도록 항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감을 표명했으며, "그 경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대선보다 진영논리에 빠져 있어 여야도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이들보다 더 민감한 것은 유권자다. 초박빙으로 예상되는 선거인지라 지지자들도 부정선거 의혹이 발생하면 함께 출렁거린다. 중앙선관위는 '미흡한 예측과 무성의한 준비가 부른 참사'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정희 위원장은 비상근직이라 해도 자리를 지키면서 사태수습과 본 투표 관리·감독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불상사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이번 대선은 사즉생, 생즉사의 건곤일척이 되어버렸다. 이에 따라 부정선거의 징후라도 노출되면 정치적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다. 이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선관위는 정신 바짝 차리고 선거 관리·감독에 임해야 한다.
여야와 상관없이 제도권 밖에서도 총 34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 '부정선거방지대'가 활동하고 있다. 부방대를 앞세워 황교안 전 총리가 작심하고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사전투표와 본 투표의 투개표를 참관하며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확진·격리 유권자에 대한 관심과 격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4일 경주 유세에서 "부정선거를 시도한다면, 부정선거를 획책한다면 이 나라에서 살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력하게 표명했다. 어쩌다가 선관위가 이렇게 신뢰를 잃었는지 참 딱한 노릇이다.
부정한 것은 아무에게도 이롭지 않고, 정당한 것은 아무에게도 해롭지 않다. 부정선거를 통한 권력획득은 오래가지 않는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들 엄청난 저항에 밀려 권좌에서 끌려 내려 올 것이다. 부정한 욕심과 부정한 음모는 사회를 붕괴시키고,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와해시키는 흉기다. 부정선거를 두고 침묵하는 자는, 부정선거의 공범자와 같다. 이번 대선에서 부정선거 트라우마가 말끔하게 씻어 내어질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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