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우리는 어떻게 봄을 맞이해야 할까?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우리는 어떻게 봄을 맞이해야 할까?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2-03-03 16:42
  • 신문게재 2022-03-0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요즘 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통 강아지와 하루 2~3번 산책을 하는데 한 번에 30분 이상을 밖에 나와 있기가 힘들어, 계속 산책하자고 버티는 강아지를 냉큼 안아서 들어오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가오는 토요일이 벌써 나무에 싹이 트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어느새 봄이 왔다는 이야기이고, 이렇게 추운 날씨도 조금 있으면 포근해질 것이다. 겨우내 움츠러든 몸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 한편으로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제한된 요즘 우리는 어떻게 봄을 맞이해야 할까?

계절적으로 가장 양기가 가득하고 활동이 왕성한 것은 여름이지만, 생명력이 가장 넘치는 계절은 봄이다. 봄에는 인체의 모든 기능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시동을 거는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활동량 증가에 의한 체력 저하와 다양한 자극(꽃가루, 바이러스 등)에 대한 면역력 문제이다. 체력 저하는 춘곤증이나 만성피로, 식욕부진, 코피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면역력 문제는 감기, 비염 등의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건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종종 코피가 나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혈이 부족하거나 막혀서 순환이 안 되는 것으로 보고, 기운을 북돋고 순환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체력과 면역력을 키웠다. 예를 들어, 기가 허하면 기운을 더해주는 보중익기탕을, 혈이 허하면 혈액과 영양분의 대사를 도와주는 사물탕을, 기혈의 순환이 안 되는 경우에는 순환을 돕는 사역산이나 당귀작약산을 처방하여 인체의 생리적 기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체력 증진과 면역력 강화를 유도하였다. 한의학에서는 면역력을 특정 항원을 차단하는 딱딱한 갑옷이 아니라 기혈의 순환을 통해 강화된 정기에 의한 생리적 방어막으로 여기는 것이다(正氣存內 邪不可干).

현대인들에게 기허나 혈허와 같은 한의학적 개념은 너무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의계도 그러한 의문에 충분히 공감하고, 실질적인 작용기전과 임상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기허 치료 처방인 보중익기탕의 경우 만성피로증후군, 아토피 피부염(기허형), 비염, 치매, 요실금, 현훈(어지러움)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들이 수행됐다. 또한, 보중익기탕이 운동선수의 에너지 대사 및 근지구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수행됐다. 최근에는 보중익기탕의 작용기전이 체내 에너지 항상성(homeostasis)의 주요 조절인자인 AMPK (AMP-activated protein kinase)의 활성화 조절과 관련이 있다는 세포실험 결과도 보고되는 등 한의학적 관리방법의 과학적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개별 처방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들이 중심이 되고 있으나,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축적되면, 현대인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한의학 기반 건강관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러한 '평소 건강증진 방법'이 한의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생활습관 관리와 건강식품 섭취가 있다. 건강식품, 약차(藥茶), 홈트레이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건강관리 앱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나의 손목에도 스마트밴드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건강에 좋다는 것들이 넘쳐나면서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너무 많이 먹거나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것을 가려내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다. 어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는 관련 논문을 홍보자료에 크게 노출했는데, 실제 논문을 보니 해당 건강기능식품을 8주간 먹고 마지막 날 해당 식품을 먹기 전후에 차이가 있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면 오래 먹을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에 문의했더니 해당 글은 사라졌다. 일반 대중들이 논문까지 확인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나에게 맞는 봄철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한의사든 의사든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하여 올바른 방향을 잡고 시작하시기를 권한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