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1강 살신성인(殺身成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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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1강 살신성인(殺身成仁)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3-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11강: 殺身成仁(살신성인) : 몸을 죽여 인(仁)을 이루다.

글 자 : 殺(죽일 살), 身(몸 신), 成(이룰 성), 仁(어질 인)으로 구성되었다.

출 처 : 논어 위령공편(論語 衛靈公篇)에 보인다.

비 유 :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나 사람을 비유한다.



논어(論語)위령공(衛靈公)편 제 8장에 [공자께서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삶을 구하여 인(仁)을 해침이 없고, 몸을 죽여 인(仁)을 이루는 경우는 있다." 子曰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成仁/자왈 지사인인 무구생이해인 유살신성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주자(朱子)는 "지사(志士)는 뜻이 있는 선비요, 인인(仁人)은 덕(德)을 이룬 사람이다. 의리상 마땅히 죽어야 할 때 (구차하게) 삶을 구한다면 그 마음에 불안한 바가 있을 것이니, 이것은 그 마음의 덕(德)을 해치는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죽어야 할 경우에 죽는다면 마음이 편안하고 덕이 온전할 것이다"라고 주석(註釋)을 붙였다

우리나라는 오천 년의 역사 이래 수많은 구국지사(救國志士)들이 나서서 나라를 구했다. 그 중 첫째로 꼽는 분은 아마도 성웅(聖雄)이순신(李舜臣)장군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마도 안중근(安重根)의사와 유관순 열사가 아닌가 싶다.

오늘이 삼일운동(3.1運動)이 일어난지 103주년을 맞는 날이다. 아마도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며 삼일절(3.1節)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나아가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장한 구국투사(救國鬪士)들의 영령을 위해 묵념할 것이다.

위기(危機)의 어둠이 깊을 수록 그 길을 비추는 별빛은 더 밝게 빛나 보이게 마련이다.

오늘날 그 빛에 대한 새삼스런 각오는 잊혀져가는 마음 속의 충의(忠義)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아닐까 한다. 그 그리움 한가운데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엔 안중근 의사가 의연히 빛나고 있다. 올해는 안중근 의사(安重根 義士)의 사형선고와 집행이 이루어 진지 112년(1910년, 3, 15)이 되는 해이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만주 하얼빈 역에서 그는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그의 비서관인 하얼빈일본총영사 가와카미 도이시코(川上俊彦)와 비서관 모리 다이지로(森泰二郞 만철(滿鐵)이사 다나카 세이타로(田中靑太郞)를 저격하고 "꼬레아 우라(대한제국 만세)!"를 외치며 체포되었다.(한국사/乙酉문화사)

그런데 이들 중 안중근 의사에 의해 다리에 총상을 입은 다나카 세이타로는 훗날, 생전에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물음에 조금도 주저함 없이 "안중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본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자신까지 총상을 입힌 적(敵)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한 그의 말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시 다나카 세이타로는 총에 맞으면서 안중근 의사의 눈빛을 보았는데, 그 눈빛에 서린 강한 의기에 정신이 빼앗겨 다리에 총을 맞았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였다고 한다. "나는 당시 사건현장에서 10여 분간 안중근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가 총을 쏘고 의연(毅然)히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마치 신(神)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광명처럼 빛나는 밝은 신(神)이었다. 그는 참으로 태연하고 늠름했다. 그같이 훌륭한 인물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다나카 세이타로의 말이다.(인텨넷 자료)

다나카 세이타로만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旅順監獄)에 수감되어 사형될 때까지 지켜보았던 간수 치바 토시치(千葉十七)의 이야기 또한 진한 감동을 전한다.

처음에 그는 증오로 가득 차 안중근 의사를 볼 때마다 욕하고 괴롭히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중근은 그에게 차분한 어조로 "개인과 민족과 세계는 그 자체로 귀하고 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오. 하지만 당신의 영웅은 이 울타리를 파괴하고 해체한 사람이오. 나는 세계평화를 위해 전범(戰犯)을 제거한 것뿐이외다."라고 말했다.

순결하고 곧은 의지를 담은 이 짧은 말이 치바 토시치를 감동케 했고, 그 후로 치바 토시치는 안중근에게 '의사(義士)'라는 존칭을 썼으며 진심과 의리를 사이에 둔 국적을 넘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인텨넷 자료)

이처럼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 배경에 대한 정당한 논리와 안중근 의사의 흔들림 없는 인품과 생사를 초월한 의연(毅然)한 충의(忠義)정신은 치바 도시치로 하여금 훗날 안중근 의사의 영정(影幀)을 모시고 명복을 빌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자신이 죽은 후에 안중근 의사의 글씨를 소중히 간직하고 자신과 안중근 의사의 위패를 함께 모셔 조석으로 공양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남편의 유언을 받은 아내 기츠요는 1965년 74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남편의 유언을 그대로 이행했고, 1979년에 그들의 유족들이 안중근 의사 탄신 100주년에 그동안 가보(家寶)로 간직해온 안중근 의사의 글씨를 숭모회(崇慕會)에 전달했다.

안중근 의사는 사형집행 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어머니가 보내준 순백의 명주 한복을 입고 기도를 올렸다. 그 한복에는 어머니의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日帝)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大義)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囚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現世)에서 너와 재회(再會)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필자는 이 서신 내용을 보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을 수 없었다. 안중군의사와 더불어 참으로 장한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그 어머니와 그 아들, 두 분 모두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표본(標本)이 될 분들이다.

사형 집행 시간이 다 되어 안중근 의사는 옥중 문을 나서다가 간수 치바 토시치에게 "전에 내게 부탁한 글씨를 지금 씁시다"라고 말했다. 치바 토시치는 안중근 의사의 죽음을 앞둔 그 순간 슬픔과 감격의 심정으로 비단과 필묵을 준비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

안중근의 거사사건(擧事事件)으로 전 세계인들은 경악했고 안중근을 추앙(推仰)했다고 전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구국의 열정이 살신성인정신(殺身成仁精神)으로 승화되어 전 세계의 올바름을 추구하는 엘리트들에게 큰 감동을 불러왔는데 말이다.

우리는 안중군의사 외에도 유관순 열사처럼, 젊은 청춘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의사(義士)와 열사(烈士)를 포함한 투사(鬪士), 지사(志士) 등 나라사랑의 선열(先烈)들이 많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크나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혹 지금 이 시간에 이와 반대로 위대한 선열은 까맣게 잊고 공휴일만 생각하고 여행과 먹거리로 즐기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하루 만이라도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오대사(五代史)』의 「왕언장전?에 虎死留皮 人死留名(호사유피 인사유명) 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나라사랑이 가장 가치 있는 마음의 밝은 빛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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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고사는 아닙니다. 단 살신성인의 뜻을 빌어 3.1운동의 숭고하고 위대한 정신을 표현하고자 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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