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당연한 것들이 그곳에선 별것 아닌 일이 되거나, 여기선 무시해도 될 일 들이 그 곳에서는 인생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 곳곳 제약을 받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불편함이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쉽게 떠날 수 없다는 점이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 그리고 약간의 결심만 한다면 가능할 선택지들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지난 여행을 곱씹어 보거나 국내 여행지의 재발견을 하려는 시도도 커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전국을 넘어 세계 곳곳의 역사와 속살을 마주할 수 있는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박범진 순천향대 교수의 '넌 지금 잘 가고 있니?'(박범진 지음, 신영사 펴냄, 416쪽)가 '난 지금 잘 가고 있는지' 수없이 묻던 질문의 답을 낯선 호주에서 어렴풋이 찾게 된 이야기를 그렸다면,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2'(박원용 지음, 북갤러리 펴냄, 416쪽)는 아메리카 36개국을 여행하며 여행자의 눈을 통해 각국의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그리고 아메리카인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국내 여행지의 새로운 발견을 담은 책도 나왔다. 나주신화에서 역사 문화까지 나주의 속살을 읽을 수 있는 '송일준의 나주 수첩'(송일준 지음,스타북스 펴냄, 각 272쪽, 264쪽)은 천년 고도 나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송일준의 나주 수첩=광주 MBC 사장을 끝으로 퇴직한 후 '제주도 한 달 살기'에 이어 나주 오래 살기를 시작한 송일준은 책을 통해 독자와 나주의 진짜 모습을 공유한다.
혁신도시로 알려져 있는 나주는 사실, 백제에 의해 완전히 복속당하기 전까지는 마한의 중심지였고, 고려 혜종 시절 나주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천년이 넘은 고도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주 곰탕의 원조집이 있고, 600년 역사의 홍어음식 거리도 있다.
책은 오랜 방송생활에서 익힌 습관대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쓰여 독자에게도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빈약하지도 않다.
나주에 산 지 7개월 동안 띄엄띄엄 쓴 글을 묶은 이 책은 나주만을 소재로 한 여행서로는 처음이다.
저자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더는 '나주요? 나주배, 나주 곰탕....또 뭐가 있더라?'라는 말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도시의 역사와 숨결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2=넓은 세상 가슴에 안고 떠난 박원용의 세계여행 아메리카편 '세계는 넓고 갈곳은 많다2'는 아메리카 36개국을 여행하며 여행자의 눈을 통해 각국의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그리고 아메리카 인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북아메리카 최북단 알래스카 앵커리지부터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운하, 남아메리카 최남단 파타고니아를 지나 세상의 땅끝마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의 구석구석을 책에 담았다.
다양한 사진과 여행기는 코로나 시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하게 한다.
아메리카의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다양한 식민지 시대의 아픔과 이주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은 현지 여행에 밝은 현지인이나 아메리카 현지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을 찾아 수집한 여행 정보를 담았다. 일반 여행자들이 반드시 가봐야 할 유명 여행지 위주로 담아 흥미를 높였다.
▲넌 지금 잘 가고 있니?=문득 루틴 같은 인생에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일까?' 같은 질문이 들 때가 있다.
박범진 교수의 '넌 지금 잘 가고 있니?' 역시 20대의 젊은 패기가 사라진 후 맞닥뜨린 저자의 혼란과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증권회사에서 12년을 재직한 저자는 치열한 직장생활에서 상처 입은 자신을 발견하고 무모한 호주행을 떠난다.
'넌 안될 거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핀잔 속에 내디딘 호주는 저자에게 삶의 정답지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삶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책 내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가꿔 나가라고 말한다.
호주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담은 생생한 사진들을 함께 담은 책은 호주에 첫발을 내딛고 싶은 누군가나 가던 길 멈춰서 인생을 돌아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삶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얘기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