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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
익명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인 '랜덤 채팅'이 청소년들의 성범죄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수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다. 나 역시도 기사를 통해 랜덤 채팅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역의 한 청소년 상담소의 이야기를 듣고 난 순간부터 쉽게 생각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청소년이 온라인 채팅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성피해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랜덤 채팅 어플을 설치하고 가입 절차에서 '10대, 여성'을 선택하니, 가입 1분도 채 안 됐음에도 수십 개의 채팅 요청 알람이 울렸다.
채팅창에 들어가니 수많은 사람은 나에게 성적 요구를 해왔다. 느닷없이 자신의 신체 사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매매를 권유하는 내용도 있었다. 분명 기자는 이들에게 '10대 청소년'이라고 답했으나 대부분 개의치 않고 더러운 요구들을 늘어놓았다. 카카오 오픈 채팅방도 역시나 10대라고 언급했음에도 여전히 성매매 권유자들의 연락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들의 연락을 받고 있다 보니 역겨움은 더해갔고 속이 울렁거려 왔다.
이처럼 어린 학생들이 온라인 채팅 어플을 통해 불법 성범죄에 노출된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온라인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랜덤 채팅 이용자 중 '미성년 대상 성적 목적 대화'가 76.8%, 심지어 미성년인 걸 인지했으나 대화가 지속된 경우가 61.9%였다.
성범죄 창구가 된 온라인 랜덤채팅 어플이 여전히 활개하고 있으나 아직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나 1명뿐인 인원으로 이를 확인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경찰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에 나서고 있으나 성착취물과 관련돼 있어 온라인 채팅에서 이뤄지는 그루밍 성범죄를 적발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관련 부처뿐 아니라 중간자 역할을 하는 오픈채팅 관계자들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관계자들은 분명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방안조차 내세우지 않는 태도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사회과학부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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