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행복을 알려주고 떠나간 내 아내 오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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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행복을 알려주고 떠나간 내 아내 오성자

김용복 / 오성자 남편

  • 승인 2022-02-25 09:2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찬송가에 나오는 가사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고, 시기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는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내 아내 오성자를 통하여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달은 나는, 그 사랑이야말로 행복을 느껴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나와 내 아내 오성자는 그렇게 참사랑을 함으로써 행복이 무엇인가를 느끼며 살았다.

치매 걸린 5년 동안 나는 내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게 사랑했을 뿐 아니라, 때로는 하나님보다 더 내 아내 오성자를 사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내 사랑하시는 걸 보시고도 하나님은 나를 축복해 주고 계신 것이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도, 인지능력이 떨어져 엉뚱한 짓을 해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치매 걸리기 전 내 아내는 운동을 좋아했다. 수영도 좋아했고, 배드민턴도 좋아했으며, 볼링도 좋아했다. 그래서 친선게임을 한다고 동호인들과 함께 외국에까지 20여 차례나 다녔던 사람이다. 물론 나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말이다. 외국에 갈 때나 친선게임 마치고 돌아올 때 는 이른 새벽이나 저녁 늦은 시간이 대부분이다. 현관문 조용히 여닫고 살금살금 드나드는 소리가 귓전에 생생히 들려온다. 나도 화가 나서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에 가서 동호인들과 함께 유니폼 입고 찍은 사진이나 승리해서 따온 메달이 베란다에 걸려있는 것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참기가 힘들었다. 대화 없이 살기를 15~6년.

그러다가 어느 날 일산에 혼자 살고 있는 막내딸에게 다녀온 아내 오성자가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 했다. 당신과 속 터져서 못 살겠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한참을 아내 얼굴을 바라보던 내가 "애들 엄마가 왜 이래?"하면서 아내를 끌어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막 울어대면서 내 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튿 날 아침 출근하려는 데 쪽지가 식탁에 놓여 있었다.

"여보, 이제부터 당신의 곁에 그림자처럼 함께 동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1992. 11. 13. 당신의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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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식탁에 올려 논 쪽지
품에 안긴 아내로부터 가슴을 두들겨 맞는 행복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행복이었다.

누군가는 마주 보는 것보다는 둘이 한곳을 바라보는 것이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 하는데 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보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웃다가 시선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댈 때 느끼는 행복감이란 젊었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참 사랑이요, 참 행복인 것이다.

아내를 위해 무슨 반찬을 만들까? 어디로 바람을 쏘이러 갈까 생각하는 것도 행복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간 맞춰 약 먹이는 것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내 병간호 하며 수발드는 5년 동안 짜증 한 번 낸 일이 없다. 아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그가 울며 욕설을 해대면 끌어안고 울었다. 끌어안고 울며 행복해하는 것. 아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아니, 아내의 숨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녀들에게 아내를 하루도 맡기지 않았으며, 대소변을 치우고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내 아내 오성자는 치매에 걸렸어도 그런 나를 끌어안고 뽀뽀를 해 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내 아내 오성자는 나와 손을 맞잡고 행복을 누리다가 2020년 11월 3일 하나님 곁으로 갔다.

아아!

이제 나에게는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아내가 없지만, 나보다 먼저 간 것이 한없이 고맙고 사랑스러운 것이다. 만약 병든 아내를 두고 내가 먼저 떠났으면 어찌 되었을까?

모든 게 참 행복인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복 / 오성자 남편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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