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민화, 서로가 서로를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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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민화, 서로가 서로를 만드는 일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2-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은 누구나 멋을 부린다. 멋의 정의나 대상이 다를 뿐이다. 집단 감성의 발로이기도 하다. 집단 감성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집단 스스로 선악을 평가하기도 어렵다. 문예부흥이 될 수도 있고, 말살이 될 수도 있다. 빛이 될 수도 있고, 암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집단감성과 집단지성, 국가와 국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민화는 오랫동안 우리 생활 속에서 형성된 그림이다. 맑고 소박한 정서, 자연과 정신세계 모두가 담긴다. 사회 요구에 따르기 때문에 반복하여 그려진다. 집단지성과 집단감성의 조화로 탄생한다. 잘못 되었다고 누가 탓하지 않는다. 엉망일망정 오히려 당당하고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사랑 받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은 없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을 뛰어넘을 때 민화라 부른다. 순진무구함이나 단련된 천진성과도 다른 순수성, 무기교의 기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근감이 특성이라면 특성이다. 대가 그림을 민화가 따라 갈 수 없듯이 대가도 민화를 흉내 내기 어렵다.

민화라는 말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유종열柳宗悅, 1889 ~ 1961)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정의한다. 지금은 좀 더 포괄적이다.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긴다. 사대부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한 결과물이다. 되풀이 되는 속성 때문에 화원이나 선비의 그림도 포함 되고, 일반인은 물론, 시골 장터를 떠돌며 낙화(烙?, 인두그림)·혁필화(革筆?)등을 그려 팔던 유랑화가도 포함된다. 누구나 멋을 부리기 때문이다.

유종열은 1914년 조선 백자를 보고, 단아함과 품격에 매료된다. 인생이 바뀐다. 1916년 조선과 중국을 여행하는데, 한국의 조형물이 가진 곡선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던 막그릇에서 단순하고 꾸밈이 없는 자연의 미를 발견한다. 민예운동가가 된다. "민족문화의 전통이 보존되는 한 조선의 민족정신을 말살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파하기도 한다. 일본의 조선침략과 문화재 파괴에 항거하기도 한다. 그로 인하여 조선의 문화예술이 새롭게 조명되거나, 예술품과 문화재 보전 등 한국미술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렇지만, 선입견 탓인지 잘못된 시각도 없지 않다. 민족의 기상과 진취성이 묻히기도 한다. 필자가 다른 곳에 게재했던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다.



유종열은 그의 저서 『조선의 미술』에서 앞의 상당 부분을 할애, 조선인이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며 너스레를 떤다. 우리는 그에 감복했을까? 한국미의 정의로 그의 주장을 정답으로 삼는다. '비애미', '한恨의 미美'가 그것인데 많은 미학 전문가나 예술가가 우리를 그렇게 세뇌하여 왔다. 지금도 통용된다.

그는 결론 부분에서 중국의 미는 면의 미이고, 한국의 미는 선의 미이며, 일본의 미는 색채의 미라고 말한다. 면이라고 하는 것은 대륙적이며 웅장하고 장엄하다. 색이라고 하는 것은 밝고 명랑하다. 선이라고 하는 것은 가냘프고, 서글프고, 애절하고, 어둡고, 한이 서렸다고 하면서 못된 것은 선에다가 다 붙이고 그것이 곧 '조선의 미'라고 결론짓는다. 일본인은 밝고 명랑하다는 이야기이며, 한국인은 어둡고 처량하다는 말이다. 그가 글을 쓴 암울했던 치욕의 시기, 한국의 미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전통미가 그러했다고 표현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

미술의 요소에는 점, 선, 면, 색, 형... 등 수없이 많다. 그 중에 어느 것이 더 강조될 수도 있고 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면의 미라든지 선의 미라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위에 열거한 의미 부여는 더더욱 합당하지도 가당치도 않다. 같은 선을 비교하는 것은 보다 타당성이 있지 않을까? 굳이 삼국의 선을 비교하자면, 가장 유려하고 강한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한국의 선이다.

필자 역시 나도 모르게 국가주의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우물 안에 있으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로 보지 못한다.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종종 필요한 이유다.

예술뿐 아니라 탁월한 것이 등장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롤 모델(role model)이 된다. 그저 좋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18세기 김홍도 등장으로 그 후의 화가들은 너나없이 그의 그림을 흉내 내게 된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동시대 선호하는 것을 상호 따라한다. 말하자면, 명작이 민화의 소재가 된다. 역으로, 민화가 전문작가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국가사회도 동일하다. 국가가 국민을, 국민이 국가를, 서로가 서로를 만든다. 서로에게 서로를 물어보면 어떨까?

어떻게 보면, 조선의 단원 김홍도가 훌륭한 것이 아니라, 김홍도 같은 화가를 낳은 정조시대가 위대한 것이다. 물론, 개인이 먼전지, 사회가 먼저인지 논하기 어렵다. 서로 영향 받는 것만은 확실하다. 문화에 따라 총체적 역량이 꽃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세종 때 수많은 기술자와 학자, 영정조 시대 실학자나 빼어난 예술가를 보자. 그들은 어디서 왔을까? 바람직한 지도자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해 보자. 그런 사람을 선택해 보자. 그를 통해 멋지게 살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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