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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인디밴드 '혹시몰라' 멤버 이강국씨와 전영국씨. 혹시몰라 제공. |
'서울 가는 길은 항상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고/돌아오는 길은 항상 가는 길보다는 길지 않아/서울에 가면 꿈과 희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나의 대전에선 엄마 아빠와 네가 누나와 할머니가/서울에 가면 꿈과 희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나의 대전에선'
인디밴드 '혹시몰라' 이강국씨와 전영국씨는 대전 기반 밴드임을 강조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전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대전에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이태원이나 홍대에서도 공연을 하지만 저희는 그만큼 대전에도 공연을 하려고 해요." 이들의 곡 '체증'과 '신탄진', '보문산 메아리' 등 에는 대전 이야기가 녹아있다. "저희가 사는 곳이 대전이니까 가사에도 자연스럽게 대전 이야기가 녹아있을 수 밖에 없어요. 다른 지역에서 대전 배경으로 한 노래를 해도 사람들이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수많은 대중가요가 서울을 배경으로 노래하지만 이들의 곡의 배경은 대전이다. 강남이나 가로수길을 배경으로 사랑 노래를 들으며 어색함을 느꼈지만 이들 노래에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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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인디밴드 '혹시몰라' 이강국씨와 전영국씨. 혹시몰라 제공. |
이강국씨와 전영국씨는 공연기획자로 만났다. 대학로에 길거리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다. 원래 공연을 하기로 했던 팀이 펑크를 낼 때를 대비해서 기타치며 놀던 노래가 반응이 좋아 밴드를 시작했다. 그래서 밴드 이름도 처음엔 '혹시몰라준비한팀'이었다. 노래에는 이들이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담겨있다. 특이한 점은 조용해야만 할 것 같은 독립서점에서 공연을 해왔던 것이다. 뮤직펍 욜라탱고 뿐만 아니라 독립서점 다다르다, 도어북스, 이데 등에서 공연을 했다. "가사가 주는 매력이 글과 연결되서 서점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가사에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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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인디밴드 혹시몰라 이강국씨와 전영국씨. 혹시몰라제공. |
코로나 감염이 확산하면서 2020년 말 이후 활동을 못했다. 원래도 없었던 무대가 코로나 이후 더 적어졌다. "대전은 광역시 중에서도 인디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해요. 공연을 주최하려는 사장님이 있어도 수지타산이 어려워 문을 닫는 경우도 있고요" 이러한 사정은 다른 밴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노래는 안 하고 각자 하는 일만 하고 있어요. 경제적 문제로 노래를 그만둬야 하는 생각도 자주 들거든요" 이강국씨는 회사에 다니고 전영국씨는 식당을 한다. 이들은 지역 예술인들의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코로나로 행사가 줄면서 만남도 줄었어요. 일부러 연락하긴 어색하고 공연에서 만나며 대화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적어졌어요. 예전에 연락했던 다른 밴드들도 뭐하고 지내는지 잘 모르겠어요." 원래도 대전에 밴드가 적었지만 코로나로 더 없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올해는 음원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밴드 이름을 쓸 때 띄어쓰기를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밴드이름 쓸 때 띄어쓰기 하지 말아주세요. 혹시 띄어쓰고 몰라가 아닌 혹시몰라에요. 다른 데서 자주 실수하더라고요."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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