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파산 및 면책의 명(明)과 암(暗)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코로나19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2020년 1월경부터 현재까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있고, 이런 코로나19는 일상생활에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그보다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모임 인원수 제한 등과 같은 강력한 방역 지침은 특히 자영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소상공인들에게 방역지원금을 나눠주고 있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며칠 전 발표된 법원 통계 월보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대전지방법원에 접수된 파산 사건은 2665건이었는데, 2020년은 3366건으로 증가하였다가 2021년은 3368건으로 집계되어 2019년도 대비 파산 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되었다가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개인 파산 관재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로 파산 사건이 정말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파산 및 면책이라는 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인데, 회생과 달리 채무자에게 더 이상 변제 능력이 없음이 인정되면 법원은 파산 선고를 하고 채무자에게 법에서 정한 면책불허가 사유가 없는 이상 면책 결정을 하게 되어 있고, 면책 결정까지 받게 되면 특정 비면책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 지급 의무를 면하게 되는 제도이다.

파산 및 면책 절차는 채무를 모두 면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한 사람으로서 아주 유용한 제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채무자가 채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그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채권이 소멸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열심히 일해서 조금씩이라도 자신에 대한 채무를 변제해 주기를 바랄 것이나, 채무자가 소위 말하는 만세를 부르면서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면 채권자는 내 돈을 날리게 됐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건들에서는 채권자가 자신의 여유 돈으로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 준 것이 아니라 은행 대출을 받았거나 또 다른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다시 돈을 빌려 준 사례들도 많아 채무자의 파산으로 인해 연쇄 파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파산은 채무자의 경제적 새출발이라는 밝은 면도 있지만 채권자의 채권 상실이라는 어두운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산 절차를 남용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채무를 회피하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파산 사건에서는 자신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먼저 채무를 선 변제한 경우, 상속협의분할이라는 방법으로 가족들에게 자산을 넘긴 경우,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시켜 놓고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 등 다른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안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채무자가 법을 잘 몰라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미리 파산을 할 계획을 가지고 이런 행동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파산 및 면책이라는 절차는 채무자의 경제적 새출발이라는 측면과 정말 억울한 채권자가 발생될 수도 있는 명암(明暗)이 교차되는 제도이니만큼 제도 이용에 채무자에게 많은 도덕적 책임감이 부여된다고 보여진다. 채무자가 파산 절차를 남용하여 채무에서 자유로워지고 채권자만 재산을 날리게 되는 사건이 없도록 파산관재인으로서 내 자신을 채찍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