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0강 제인교처(齊人驕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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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0강 제인교처(齊人驕妻)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2-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10강: 齊人驕妻 (제인 교처): 제(齊)나라 사람이 처첩(妻妾)에게 교만했다.

글자 뜻 : 齊(가지런할 제/나라 제) 人(사람 인) 驕(교만할 교) 妻(아내 처)

출 처 :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 마지막 장에 기록되어 있다.

의미 / 비유 : 사소한 권세나 부귀를 가지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비유



맹자 이루(離婁)상. 하편(上. 下篇) 총 61장의 끝장에서 허울 좋은 한 낭인(浪人)을 빌어 당시 현달(顯達)한 자들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당시의 합종연횡가(合縱連橫家)나 병법가 등 대부분의 제자백가들을 보면 이 나라 저 나라를 기웃거리며 벼슬자리를 구해 아첨(阿諂)과 아부(阿附)로 군주를 기만하고 백성들의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맹자는 그러한 사태를 풍자하여 좋은 사례를 제시한다.

제(齊)나라의 어떤 사람이 아내[妻]와 첩(妾)과 함께 살았는데 남편이 매일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물리도록 먹고 나서 돌아오곤 하였다.

그의 아내가 함께 먹고 마신사람을 물으면, 그는 "모두 돈 많고 벼슬 높은 사람들이었다." 라고만 답하고 아내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그의 첩(妾)에게 "남편이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물리도록 먹고 나서 돌아오곤 하였다." 그리고 "함께 먹고 마신 사람을 물어보면 모두 돈 많고 벼슬 높은 사람들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여태껏 이름난 사람이 우리 집에 와 본 일이 없으니 나는 남편이 가는 곳을 몰래 알아보려네……"라고 말하고 일찌감치 일어나 몰래 남편 가는 곳을 뒤 따라 다녔다.

그런데 남편이 온종일 돌아다녀도 그와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남편은 동쪽 성(城)밖 공동묘지의 무덤에 제사지내는 곳으로 가서 그들이 먹고 남은 것을 구걸하고, 모자라면 또 주위를 살펴보고서는 다른 곳으로 가곤 하였다. 이것이 그가 물리도록 배 채우는 방법이었다.

그 아내가 돌아와서 그의 첩에게 "남편이란 우러러보고 평생을 살 사람인데 지금 그는 이 꼴일세...."하고 그의 첩과 함께 자기 남편을 나무라면서 마당 한 가운데서 서로 붙들고 울었다. 그런데도 남편은 그것을 모르고 계속 거만을 떨었다.

그 남편은 오히려 으스대며 밖에서 돌아와 자기 아내와 첩에게 뽐내며 더 의기양양했다고 한다.

부귀와 영화를 추구하는데 여념이 없어 저열하고 추잡스러운 짓을 하면서 남이 모르는 줄 알고 남에게는 그럴듯하게 현상을 표현하여 자신의 속임을 드러낸 것이다.

현시대에 부귀(富貴)를 누리는 사람들도 거의 치졸(稚拙)한 방법을 써서 밤중에는 애걸해 얻어서 낮에 남에게 그것을 뽐내니 이런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여기서 맹자가 특별히 제나라 낭인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군주에 아첨하며 빌붙어서 전쟁을 부추기는 이론을 펴서 얻은 부(富)로 처첩까지 거느리고 행세하는 자들을 빈정거린 듯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가 망하든 말든, 백성들의 살림살이야 어찌되든 관계없이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당시 유세객(遊說客)들과 세력가들을 군자의 관점에서 고발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지도자급 군상들의 행태가 맹자가 말하는 제나라의 낭인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우리는 눈을 의심할 정도의 파렴치한 지도층 몇 사람을 보고 개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남에게 책임을 돌리며 사퇴한 파렴치(破廉恥)한 모 단체 회장이다. 그는 원래 철새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인간의 상식을 가진 자라면 어찌 그런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할 수 있는지, 개인 옷, 마사지, 등 공금횡령으로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사람을 잘못 둔 탓으로 돌리는 철면피의 언행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모항공사 전 회장이다. 최고의 권력을 등에 업고 힘없는 부하직원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아닌가? 그는 이른바 큰 죄를 짓고도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는 불사조(不死鳥)이다" 이런 말로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인간일 수 없는 짐승 같은 사람이다.

세 번째로는 윤 모라는 현 국회의원이다. 이 사람이야 말로 글자 그대로 '기생충(寄生蟲)'이 아닌가? 평생을 그늘의 통한(痛恨)속에서 살아오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결한 피를 빨아 일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정계에 진출하여 사회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뻔뻔하기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세상이 이들을 언제까지 용서할 것인가. 아마 사람들이 용서한다 해도 ?하늘?은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고통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제인교처(齊人驕妻)의 대표주자들이 될 것이다. 이들이 진정 비호하는 권력이 없으면 과연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 라고 묻고 싶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인류 최고의 스승인 공자는 "선비가 도(道)에 뜻을 두고도 나쁜 옷을 입고 나쁜 음식 먹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족히 의논 할 것도 없다(子曰士志於道恥惡衣食者 未足與議也/자왈사지어도치악의식자 미족여의야:논어 이인편)라고 하며, 또 나라에 도가 없는데 (자기가 가진)부(富)와 귀(貴)는 부끄러움(邦無道 富且貴言 ?也/방무도 부차귀언 치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군자(君子)는 밝은 눈으로 항상 밝게 살펴보아야 한다. 곧 정치지도자는 밝음을 지향하며 널리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기에 온 국민의 소리를 듣고 올바로 판단해야한다. 그렇지 못한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원망을 사게 되어 개인이든 나라이든 간에 망(亡)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중용(中庸)에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 君子愼其獨也(막현호은 막현호미 고 군자신기독야)라고 했다. 곧 숨어있는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그가 아무도 없이 홀로 있을 때 삼가 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꼭 한 번은 명심해야 할 가르침일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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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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