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후 어느 날, 동네 젊은 엄마들이 북한산을 오르자고 나를 자꾸 부추겨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또 따라나섰다. 가쁜 숨을 헉헉 몰아쉬며 땀이 범벅이 되어서 올라가는데 산을 내려오는 사람이 나보고 한마디 한다.
"그렇게 힘든데 산에는 왜 올라옵니까?"
하고 핀잔을 줬다. 괜히 부끄러웠다. 산행한 뒤로 종아리에 알이 배겨서 다리가 풀리는데 일주일 동안 애를 먹었다. 그 뒤로 절대 산에는 안 간다고 맹세를 했다.
어느 날 문화센터에서 컴퓨터 강좌가 시작되어갔는데 그곳에서 초등학교 선배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가 시작되었다. 듣다 보니 그 언니는 등산도 잘하고 빙벽, 바위도 잘 타는 산의 전문가였다. 나보고 산에 함께 다니자고 한다. 이를 어쩌나……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언니, 나는 산을 엄청 싫어해요."
"나만 따라오면 돼. 다음 주에 도봉산에 가자. 우리 엄마들 산행팀이 있어. 다들 좋아할 거야."
이런 또 엮여서 도봉산을 오른다. 이제 선배 언니를 따라서 자주 산행을 하게 됐다. 등산의 기초부터 배우면 더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모 신문사에서 대문짝만하게 나온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트래킹학교였다. 망설임 없이 접수를 하고 찾아 떠난 날, 차 안에서부터 강의 이론이 시작되고 계룡산에 도착해서는 직접 체험을 하며 배웠다. 산을 오를 때와 내려올 때 스틱 잡는 법, 등산 가방 매는 법과 끈 조절법, 등산화 고르는 법과 끈 묶는 법, 등산 가방에 꼭 있어야 할 것들, 요긴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등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배움을 얻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로 우리나라 산을 참 많이 다녔다.
지금도 가보고 싶은 산은 대관령 선자령과 덕유산 눈꽃 산이다. 선자령에서 그만 길을 잃어 해가 지기 전에 부지런히 길을 찾아 헤매다가 눈에서 벌러덩벌러덩 미끄러지던 일, 덕유산에서 설산의 눈꽃의 장관을 봤던 일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코로나 확산으로 잠시 중단된 산행이지만, 좋은 날이 돌아오면 내 마음 받아주는 곳, 나를 부르는 산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현경/ 시인
이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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