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국민학교 입학식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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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국민학교 입학식의 추억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22-02-21 15:53
  • 신문게재 2022-02-22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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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하면서 늘 시행되던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곤 한다. 행사 없는 것이 일상화되고, 그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니 그것이 새로운 관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행사들은 이제 잊히는 것처럼 비춰서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비상상황도 끝나리라. 잊히는 것이 낯익다 보니 이전의 일들이 언뜻언뜻 생각나기도 하고, 또 그리워지기도 한다.

낯익었던 행사 가운데 요즘 생각나는 것이 입학식이다. 졸업과 입학은 당사자들에게는 기쁨과 희망이기에 주변 사람들은 이들에게 축하를 해주는 것이 상례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 기쁨과 축하의 장을 빼앗아 버렸지만 말이다. 이런 뜻깊은 행사들을 못 하게 만들었으니 이 행사들이 못내 아쉽고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그리운 기억으로 떠오르는 것이 국민학교 입학식이다. 국민학교 입학식이라고 컴퓨터 자판에 치니 스스로 교정해 준답시고 초등학교라고 자꾸 글자가 바뀐다. 이렇게 명칭이 자동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그 세월이 참 오래도 흐른 것 같다. 하지만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 속에서 과거의 것들이 더욱더 강하게 소환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난 과거의 것들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특히 나아가야 할 세계가 힘들 때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국민학교 입학식은 1960-70년대 이전 세대에게는 대개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행사다. 물론 이 이전에 유치원 등에 다닌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근대화된 도시의 아이들 이야기이고, 시골에서 유치원을 다닌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국민학교 입학은 가정에서 처음으로 외부 집단으로 나아가는 행사가 되었다.



부모와 가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두려움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가는 아기 새의 비상이나 알을 깨고 부화하는 병아리와도 같은 처지라고나 할까. 낯선 광장으로 처음 나아가는 것이기에 이 입학식에서는 상위학교와는 다른 몇 개의 절차랄까 구비되는 조건이 있었다. 그 하나가 부모님의 손이다. 낯선 세계로 가는 것이니 보호자로서 부모의 따듯한 손은 절대적인 보호 수단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슴에 찬 하얀 수건이다. 어느 학생에겐 손수건이었고 다른 학생에겐 조그만 수건 조각이었다. 누구나 왼쪽 가슴에 핀으로 고정해서 차고 학교엘 갔다. 마치 이름표와 같이 아주 당당하게 차고 간 것이다. 가슴에 하얀 수건을 달아야 비로소 학생이 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입학의 증표처럼 생각되었는데, 달리 말하면 수건이 없으면 학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수건의 기능에 대해 무지했었다. 어느 순간까지도 이것은 그저 단순한 이름표인 줄만 알고 있었다. 수건은 단지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니까 흙이라든가 기타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소중하게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부분 학생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소중히 간직해야 할 수건으로 어떤 애들은 코를 닦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깨끗한 수건에다가 코를 묻히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건의 용도는 이름표가 아니었는데, 이를 안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난 뒤였다. 코를 닦았던 애처럼 흘리는 코를 닦으라고 가슴에 붙여준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코를 흘렸는지 모른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애들이 코를 질질 흘렸다. 어떻든 닦을 데가 마땅치 않아서 양 팔뚝의 옷소매로 마구마구 비벼댔다. 닦은 코들이 말라붙어서 학생들의 소매가 대부분 반들댈 정도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콧물들이 많이 나왔는지. 날씨가 지금보다 추워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보온효과가 떨어지는 옷들을 입어서 그런 것인가. 어떻든 이때 따듯하게 겨울을 보낸 애들은 거의 없었다. 갑갑한 코로나 상황에서 그 시절이 무척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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