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 노동자들은 소중한 존재이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청소 노동자들은 소중한 존재이다"

염홍철 / 새마을운동중앙회장

  • 승인 2022-02-17 17:4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8년 4월 4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암살되었습니다. 암살 직전에 그가 한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언급은 54년이 지난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언젠가 우리 사회는 청소 노동자들을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중략) 따져보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의사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질병이 창궐할 테니까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많이 강조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충 생각해봐도 청소원이나 배달원, 돌봄노동자, 방문의료서비스 담당자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불편함과 어려움의 순간순간을 이분들이 해소해 준 것이지요. 우리는 그동안 능력주의의 신화에 가려 공동선에 기여하는 일의 가치를 혼동해 왔습니다. 능력으로 편을 가르고, 어느 한 편이 성과를 독점하였으며,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계급이 생겼습니다. 또한 능력을 세습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이나 위법이 시도되었지요.

이제 무엇이 능력을 만들어 냈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능력은 타고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지요. 이른바 능력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 임신기부터 시작해 출산기 산모 돌봄의 질, 유아기 보육의 질 등에서 혜택을 입고 성장했습니다. 저소득 가정의 유치원생은 학업능력과 주의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것도 당연히 부모들의 영향입니다. 2020년도 우리나라 3대 명문대학의 신입생 55%가 소득분위 상위 20% 안에 들었다고 합니다.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이 성적도 좋은 것입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 교육의 질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긴밀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조사에서 밝혀졌지요. 이렇게 능력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을 조성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임금과 소득은 그들의 직무 생산성과 더 이상 연동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구의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위층 소득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입니다. 미국 사회의 계층 이동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적 불평등과 능력주의의 폐단이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두 가지가 고착되기까지는 풀기 어려운 수많은 원인들이 얽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요. 다만 신분 상승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봉급이 적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인식하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체육관, 도서관, 공원 등 질 좋은 시설을 확충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요.

염홍철 /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