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젠가 우리 사회는 청소 노동자들을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중략) 따져보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의사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질병이 창궐할 테니까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많이 강조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충 생각해봐도 청소원이나 배달원, 돌봄노동자, 방문의료서비스 담당자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불편함과 어려움의 순간순간을 이분들이 해소해 준 것이지요. 우리는 그동안 능력주의의 신화에 가려 공동선에 기여하는 일의 가치를 혼동해 왔습니다. 능력으로 편을 가르고, 어느 한 편이 성과를 독점하였으며,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계급이 생겼습니다. 또한 능력을 세습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이나 위법이 시도되었지요.
이제 무엇이 능력을 만들어 냈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능력은 타고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지요. 이른바 능력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 임신기부터 시작해 출산기 산모 돌봄의 질, 유아기 보육의 질 등에서 혜택을 입고 성장했습니다. 저소득 가정의 유치원생은 학업능력과 주의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것도 당연히 부모들의 영향입니다. 2020년도 우리나라 3대 명문대학의 신입생 55%가 소득분위 상위 20% 안에 들었다고 합니다.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이 성적도 좋은 것입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 교육의 질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긴밀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조사에서 밝혀졌지요. 이렇게 능력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을 조성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임금과 소득은 그들의 직무 생산성과 더 이상 연동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구의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위층 소득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입니다. 미국 사회의 계층 이동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적 불평등과 능력주의의 폐단이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두 가지가 고착되기까지는 풀기 어려운 수많은 원인들이 얽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요. 다만 신분 상승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봉급이 적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인식하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체육관, 도서관, 공원 등 질 좋은 시설을 확충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요.
염홍철 / 새마을운동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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