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다문화]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말하기대회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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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구다문화]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말하기대회 도전기

소통을 위한 도전

  • 승인 2022-02-16 19:47
  • 신문게재 2022-02-17 7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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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올해 13살입니다. 한국어가 능숙하고 어휘라든지 언어조직력이 평균 수준보다 높습니다. 중국인 엄마로서 저는 정말 흐뭇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들한테는 중국어가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외할머니와 통화할 때 인사말과 밥 먹었는지에 대해 묻고 나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보는 저는 매일 답답하고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4학년 된 아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통신문을 보고 '전국다문화학생이중언어말하기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잘 됐다 싶어서 아들한테 참가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엄마! 저는 중국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데 대회라뇨?", "아니, 이 기회에 중국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결국 저의 설득 끝에 아들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말하기 원고가 그 첫 번째 관문입니다. 한국어 원고는 순조롭게 완성됐지만 중국어 원고가 문제입니다. 제 생각에는 가능하면 본인이 원고를 작성했으면 좋은데 우리 아들의 중국어 실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절충의 방법으로 아들이 한국어 원고를 보고 알고 있는 중국어로 최대한 말하고 제가 다시 고쳐주는 방법을 썼습니다. 완성된 중국어 원고를 다시 아들한테 한 문장 한 문장씩 설명해서 이해시켰습니다. 그리고 발음도 큰 문제였습니다. 중국어로 작성한 원고를 아들이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발음 하나하나를 들려주고 기록하게 했습니다.



드디어 원고 준비를 다 하고 말하기 연습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매일 원고를 읽게 하면서 발음을 고쳐줬습니다. 발음 하나, 성조 하나, 안 틀리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아들의 발음을 듣고 한없이 웃었습니다. "네가 진정한 외국인이구나! 어디 가서 엄마가 중국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안 믿을걸!" 아들이 그 말 듣고 오기가 생겼는지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한 달간의 노력 끝에 아들이 원고를 다 외우고 대전동부교육지원청에 가서 예선을 치렀습니다. 처음으로 잘 못하는 중국어로 참석한 말하기대회라 긴장을 많이 해서 결국 동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만족해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내년에 또 도전할게." 그 말 듣고 준비했을 때 한 고생이 다 잊혀지고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 후 일 년 간 아들은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일상에도 아는 중국말을 자주 하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을 때 물어보곤 했습니다. 5학년 때 말하기대회의 통신문을 받자마자 저한테 와서 "엄마, 이제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지난번의 경험도 있고 아들의 중국어 실력도 늘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다시 원고를 쓰고 다시 외웠습니다. 그리고 대전동부지원청에서 주관한 대회 예선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적인 금상으로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대전시 교육청에서는 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고, 무엇보다도 이제 외할머니와 대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지금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대전시 대표가 되어 전국말하기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문화가족 여러분들도 어려워하지 말고 같이 도전합시다. 온미(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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